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오른쪽은 그의 몽타주. 한국일보 자료 사진

‘진범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이 화성 사건 피의자인 이춘재(56)란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8차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라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재심 여부 판단에도 가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5일 “이춘재의 자백이 당시 사건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한다”며 “이춘재를 8차 사건 범인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사건 발생 31년, 재수사 착수 한 달 여 만이다. 8차 사건은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유일하게 범인이 검거된 사건이다.

수사본부는 지난달 초 “8차 사건도 내가 저질렀다”고 털어 놓은 이춘재의 자백에 따라 당시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받았던 윤모(52)씨 진술 등을 토대로 진범 찾기에 주력했다.

이날 수사본부에서 이춘재를 진범이라고 밝힌 배경은 그의 일관된 자백에 있다. 사건 발생 일시 및 장소, 침입경로,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 양의 신체특징, 범행수법 등을 포함한 이춘재의 진술이 현장상황과 대부분 동일했다. 특히 이춘재가 범행 당시 양말을 손에 끼고 현장에 침입했단 진술은 현장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범행 이후 박양에게 새 속옷을 입혔다는 진술 또한 수사본부의 결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프로파일러 역시 이춘재의 이런 자백은 본인의 직접 경험에서 나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윤씨를 범인이라고 특정한 과거 8차 사건 수사의 문제점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먼저 피해자 방안에 있던 책상 위 발자국 상태가 윤씨의 신체와 달랐다. 윤씨가 현장 검증 당시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윤씨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윤씨가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고 범행 이후 다시 옷을 입혔다고 진술했지만 이 부분 역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불일치했다. 박양은 속옷 하의를 뒤집어 입고 있었는데 윤씨는 과거 범행 당시 속옷을 무릎 정도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다시 입혔다고 진술했다.

앞서 이춘재의 자백 이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과거 경찰의 폭행과 가혹행위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힌 윤씨는 지난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윤씨측인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화성 8차 사건 재심의 두 가지 축은 이춘재의 자백을 비롯한 새로운 증거와 당시 수사기관의 범죄”라며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한 만큼, 법원의 재심 결정 여부 판단에도 속도가 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가 처벌받은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안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윤씨(당시 22)를 범인으로 붙잡아 강간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윤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19년을 복역한 끝에 2009년 가석방됐다.

경찰은 윤씨에 대한 경찰 조사 당시 강압이나 고문 등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실제로 허위자백을 강요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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