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볼리비아 경찰이 친모랄레스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사카바와 코차밤바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코차밤바=AP 연합뉴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 실각까지 이어진 볼리비아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로 15일(현지시간)에만 최소 9명이 추가로 숨졌다. 부상자도 최소 75명에 달한다. 폭력 사태에 대해 유엔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로 귀국할 뜻을 재차 밝혔다.

볼리비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코차밤바 인근 사카바에서 시위에 참여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 9명이 진압 경찰의 총격으로 숨졌다. 볼리비아 경찰 측은 이들 시위대가 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코차밤바 지역 고충처리기관(Ombudsmanㆍ옴부즈만)을 인용해 이번 교전으로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하면서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도 실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의료진은 “30년간 자신이 목격한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AP통신은 경찰의 이번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현장에 모여 “이제는 내전”이라며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사퇴하기 전 수주일간 지속된 시위에서도 반(反)모랄레스 측 시위대 최소 13명이 숨진 바 있다. 볼리비아 옴부즈만은 16일 “10월 20일 대선 이후 2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멕시코로 망명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쿠데타 정권이 법과 규칙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볼리비아 군과 경찰은 학살을 중단하라”며 “국토는 국민의 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볼리비아 평화를 위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귀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헤아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 측은 볼리비아에 남아 있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좌파 색채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네스 임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카렌 론가릭 볼리비아 임시 외무장관은 15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외교관들에게 볼리비아를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부분이 의료진인 쿠바인 725명도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론가릭 장관은 “최소 9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됐으며 쿠바인들 역시 폭력 시위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폭력 사태에 대해 인종 문제와 지역 감정이 결부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마르셀로 실바 라파스 산안드레스고등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16일 AP통신에 “14년 간의 사이클이 끝났다”면서 “다원화된 국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볼리비아 원주민 출신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백인 계열 중산층의 불만이 고조됐고, 결국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한편 장 아르노 유엔 특사는 16일 아녜스 임시 대통령을 면담하고 친모랄레스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에 우려 목소리를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르노 특사는 면담 후 “유엔은 볼리비아 폭력 사태에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선거로 이어지는 가속화된 평화 프로세스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14일 볼리비아 사태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파견한 아르노 특사는 폭력 사태 종식과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 실시를 위해 정치인들 및 사회 단체들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같은 날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성명을 발표해 “과도정부가 국제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면 볼리비아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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