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원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장, 이태원 변화 담은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내 
서울 남산 아래 이태원 일대에 낡은 주택을 개조해 자신만의 특색을 드러내는 작은 가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파람북 제공

요즘 ‘뜨는 동네’는 서울 강북 쪽에 있다. 이태원, 한남동, 연남동, 성수동과 익선동 등 오래된 주거 밀집 지역 구불구불한 골목길 사이사이에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과 카페, 작은 상점들이 생겼고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1990년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누비다 15년간 해외에서 공부하고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경신원(46)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소장의 눈에 ‘강북의 골목길’은 매우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도시공학 전공자인 경 소장은 이태원 골목길의 변화를 연구했고, 최근 연구 결과를 담은 책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을 냈다. 경 소장은 “사람들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골목 사이를 누비며 특이한 상점을 발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고 경험을 공유하는 변화가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경 소장은 이태원의 골목길을 국내에서 가장 변화무쌍했던 곳으로 꼽는다. 이태원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외제 상품 복제품 단속이 이뤄지고, 범죄와의 전쟁이 벌어지던 조금은 위험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지금은 골목길 따라 재미있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국적이기만 했던 이태원의 골목길이 더 이상 이방인을 위한 공간이 아닌, 이방인의 문화를 즐기는 내국인으로 북적이고 있다.”

경 소장에 따르면 골목길 문화는 ‘제한된 경제적 자본을 가진 30대 청년층’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태원 소상공인 2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교육 수준이 높고, 경력이 다양하고, 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해외 경험이 풍부한 30대가 이태원에서 다양한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경제적 이윤보다 삶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업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목길을 누비는 이들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이다. 지난해 이태원 방문 경험이 있는 1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 방문객은 20~30대가 7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40대(11%)와 50대(10%)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97%는 해외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1년에 1회이상 해외에 나간다는 응답자는 71%나 됐다. 해외 문화에 익숙하고, 남과 차별화하려는 경향이 강한 ‘밀레니얼’이 뜨는 골목길의 공급자이자 수요자인 셈이다. 경 소장은 “탈산업화 시대에 등장한 밀레니얼은 강남 개발 신화를 경험한 그들의 부모 세대와는 뚜렷하게 구별된다”며 “아파트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기 개성과 취향이 뚜렷한 이들이 강북의 낡고 좁은 골목들을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남동의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음식점 앞을 젊은 여성들이 지나가고 있다. 파람북 제공

골목길도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경 소장은 “경제적 이윤만 추구하지 않고 공동의 가치, 지역의 가치를 같이 존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을 지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그 어느 세대보다 ‘공유’가치에 열려 있는 밀레니얼 세대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경 소장은 이태원을 시작으로 연남동 등 골목길 연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경신원 지음 
 파람북 발행ㆍ172쪽ㆍ1만6,000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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