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 위치한 유명 사립대학인 노스웨스턴대학교. 에번스턴=AP 연합뉴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 신문이 교내 시위 관련 보도를 했다가 사과한 것이 미국 언론계의 뜨거운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시위대 사진과 이름을 게재하고 취재 과정에서 전화로 접촉한 것이 ‘사생활 침해’라는 시위대의 주장에 따라 이뤄진 사과였으나 언론의 역할을 방기한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일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이뤄진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강연. 학교가 세션스의 강연을 허용한 데 대한 항의 시위 중 일부 학생들이 강연장에 진입하려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세션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논란이 된 ‘무관용’ 이민 정책을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시위를 취재한 ‘데일리 노스웨스턴’지의 대학생 사진 기자가 경찰에 떠밀려 바닥에 나뒹굴게 된 학생을 촬영해 온라인에 게재했으나 해당 학생이 이 보도 사진을 ‘트라우마 포르노’, 즉 충격적인 경험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며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학신문 측은 사진을 삭제한 데 이어 10일자 사설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하며 “역사를 기록하고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 목표지만 동료 학생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을 보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설은 또 학생 명부에서 전화번호를 파악해 인터뷰가 가능한지 문자를 보낸 데 대해서도 “사생활 침해라는 것을 인정한다”며 사과했고 시위 학생의 이름도 기사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과문에 대해 현직 언론인들이 칼럼이나 트위터 등에서 우려와 비난을 쏟아냈다. 시위는 메시지 증폭을 위해 언론 보도를 목표로 두고 있는 공적 사건으로서 사생활 침해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 대학의 메딜저널리즘스쿨이 미국 내 권위 있는 교육 기관으로 손꼽히는 까닭에 파장은 더욱 컸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글렌 케슬러는 “최고 저널리즘 스쿨로 알려진 대학의 신문이 기본적 보도에 대해 사과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고, 맷 피어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는 “언론인들이 기본적 보도가 언제 수용 가능한지를 계속 양보하면, 우리는 결국 보도를 범죄화하려는 권력자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신문의 트로이 클로손 학생 편집장은 트윗을 통해 사과문의 일부 설명이 지나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언론으로서 권리를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감을 갖고 취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동료 학생들의 우려에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학 메딜저널리즘 스쿨의 찰스 휘태커 학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사과문 발표가 미숙한 것이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언론의 역할과 공정한 보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학생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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