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질된 존 볼턴(왼쪽 두 번째) 전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재직 시절인 지난해 4월 한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대통령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9월 전격 경질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보다 한 달 전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따로 만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동결을 철회해 달라”면서 설득을 시도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의 핵심 쟁점으로, 이와 관련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을 독대한 사실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실체 규명을 위한 열쇠를 쥔 인물은 결국 볼턴이라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하원의 비공개 청문회에서 팀 모리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ㆍ러시아 담당 고문이 이 같이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볼턴이 “러시아와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보류 조치를 해제하는 게 미국한테는 최선의 국익”이라는 논리를 납득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지침을 어기고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모리슨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사임했다.

물론 볼턴의 이런 노력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이날 배포된 증언 녹취록을 보면, 그의 좌절감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후 그는 모리슨 전 고문에게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보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모리슨 전 고문은 “내 기억으로는 볼턴이 ‘그(대통령)는 그럴(군사원조 재개)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문제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뇌물죄’의 핵심 근거로 들고 있는 사안이다. 지난 7월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100만달러 상당의 원조를 돌연 중단했다가 볼턴이 경질된 이후인 9월 중순에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크라이나에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이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게 군사원조였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NYT는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의 독대 사실이 공개된 데 대해 “볼턴의 잠재적 증언이 가지게 될 중요성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다른 백악관 관리들도 이 사안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크 샌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부국장은 이날 비공개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는 매우 비정상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모리슨 전 고문도 지난달 “고든 선들랜드 주유럽연합 미국대사가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보류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를 따른 것이며, 이는 ‘바이든 조사’와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고 비공개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