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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분상제에 정시 확대까지… 대치동엔 전세 매물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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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분상제에 정시 확대까지… 대치동엔 전세 매물도 사라졌다

입력
2019.11.18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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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1번지’ 수요 자극, 84㎡ 두 달 만에 2억 폭등 

 분양가상한제 피한 목동, 매매ㆍ전셋값 동반 급등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H공인중개업소. “조금 더 큰 평형이면 모를까, 전용 84㎡ 이하 전세 매물은 찾기 어렵다”는 말에 여성 고객이 난감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입시학원이 밀집해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은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학군 좋은 ‘강남 전세’를 찾아 나서는 지역이다. 하지만 올해는 ‘자율형사립고 폐지’ 이슈가 나온 지난 8월부터 전셋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확 늘었다. H중개업소 대표 이모씨는 “분양가상한제와 정부의 교육 정책 변화가 대치동 전세 수요를 두 배로 자극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와 비슷한 시기 정시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제도 수정 방침에 자극 받아 대치동과 목동 등 이른바 ‘교육 특구’의 아파트 매매 및 전셋값이 최근 요동치고 있다.

 ◇대치동 전세, 두 달 만에 2억 이상 올라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대치동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은 급등세 조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분양가상한제 지정으로 향후 이 지역에 새 아파트가 부족해질 거란 우려와 교육제도 변화에 따른 ‘사교육 인프라 프리미엄’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 단대부고, 중대부고 등 8학군 명문 고교가 인접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은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7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호가가 3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6월 비슷한 층이 25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반년 사이 5억원이나 몸값이 오른 셈이다.

강남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은마아파트 역시 분양가상한제 지역 발표 후 투자용 매수문의는 종전보다 줄었지만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등 교육제도 변화로 아예 ‘실거주’ 목적의 대기 수요들이 생겨 급매물도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었다.

집값 급등의 불똥은 전세 품귀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4일 일대를 둘러본 결과,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인 ‘도곡삼성래미안’의 경우 전용 59㎡의 소형 면적 전세 매물은 전무했다. 84㎡ 매물 역시 2개에 불과했다. 학원가 바로 앞에 위치한 ‘대치삼성래미안’ 역시 지난 9월 전용 84㎡의 전세 매물이 9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11억5,000만원에 임차인을 구하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정시 확대 방침(10월)과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담은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11월)’을 잇따라 발표한 것이 전셋값 급등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수시와 달리 수능은 사교육을 많이 받을 수록 유리하다는 인식이 큰 만큼 학부모들이 사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치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치동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이 귀해서 먼저 계약하고 돈을 넣는 사람이 임자”라며 “기존 전세를 (임차인에게 부담이 큰) 반전세로 돌리는 계약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나오면 입주 후 큰 차익이 예상되는 만큼 더 싼 분양가에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전세로 눌러앉은 점도 전세 급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

 ◇목동은 상한제 피하고도 급등세 

서울 서부권 교육 중심지인 양천구 목동도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비켜갔음에도 ‘교육 재료’를 발판 삼아 집값과 전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양천구 일대는 학교교습학원(입시검정, 보습 등)이 약 1,000곳으로, 강남구(약 1,700곳) 다음으로 많다.

지난 13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목동 1단지는 지난달 전용 154㎡가 21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정부의 정시확대 발표 이후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 목운중학교 배정을 받을 수 있는 목동 7단지는 전용 66.6㎡가 지난 9월 14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 상태다.

7단지 인근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목동은 정부가 교육정책을 건드릴 때마다 집값이 오르는데, 명문교 배정을 받는 단지의 경우 ‘집주인이 이렇게 많이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호가를 올려도 거래가 된다”고 전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가을 이사철은 마무리 됐지만 최근 학군 수요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다, 로또 청약을 노리는 대기 수요까지 늘어날 경우 국지적인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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