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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휘청… 참여연대는 왜 위기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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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휘청… 참여연대는 왜 위기에 빠졌나

입력
2019.11.19 04:40
수정
2019.11.19 07:5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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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권 만나 정체성 혼란, 개혁정부 지지 시민 압박… 권력 비판 ‘딜레마’ 

7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대한 종합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7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대한 종합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정체성 위기에 빠졌다. 추구하는 가치가 큰 틀에서 다른 보수 정권 집권기에는 권력 감시자 역할에 충실했지만, 향하는 바가 유사한 진보 정권을 만나 슬그머니 뒤로 빠졌기 때문이다. 내부 비판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입을 닫았던 참여연대가 사실상 정체성 혼란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조국 전 장관과 시민사회 내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 후 참여연대를 떠난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권력에 대한 날 선 비판을 하지 않고는 시민단체의 미래는 없다. 예전에 한 사회학자가 참여연대를 시민단체라기보다 준정당조직이라고 했는데 일리가 있는 분석”이라며 참여연대의 비판 기능 약화를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9월 김상조 정책실장에 대한 비판 논평이 나오는 과정에서도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금융센터를 제외하고는 (현 정부에) 날을 세운 곳이 없다”고 말했다.

권력감시가 약화됐다는 이유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축적된 인적 역량이 개혁정부에 유입되면서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비판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비판을 지적한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참여연대 소속 활동기구 대표는 “항상 참여연대 구성원 간에 의견이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황우석 사태 때도 국민적 영웅에 대한 비판이라 내부에서 격론이 있었다”며 “참여연대는 전이나 지금이나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 개혁정부를 추동하고 있는 시민들의 요구와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감시자 역할이 소홀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 조직된 시민들은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때론 특정 정치세력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라는 식의 압박도 가하는 게 사실이다. 2017년 10월에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촛불 1주년 행사 사전 행사에 청와대 방면 행진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온라인커뮤니티,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항의가 쏟아졌으며, 이 행사에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참여연대를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작권 한국일보]참여연대 연혁 그래픽=강준구 기자/2019-11-18
[저작권 한국일보]참여연대 연혁 그래픽=강준구 기자/2019-11-18

개혁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때 시민단체의 토대가 되는 시민은 탈퇴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제목에 ‘탈퇴’를 언급하며 탈퇴 문의를 적은 글은 2001년부터 이달 18일까지 100건이었는데, 그중 49건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8월 이후 작성됐다. 이 중 20건은 김경율 전 위원장 등을 직접 언급하며 불만을 표하는 글이었으며, 김 전 위원장 징계위 회부 등 참여연대의 대처를 비판하는 글은 3건이었다.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운동방식 변화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재정비하지 않으면 참여연대가 개혁정부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없어 보인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참여연대나 경실련 등에서 시민 운동을 하던 인적 자원이 현실 정치로 가는 것을 뭐라 비판할 수 없다”면서도 “시민단체는 현실정치를 견제하고 대안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조국 사태)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임 명예교수는 “시민들 스스로 SNS를 통해 제3의 영역에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옛날처럼 (시민단체를) 찾아와서 응원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0년대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운동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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