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협력’ 압박 美에 기대…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 촉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와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오는 23일 오전 0시를 기해 실효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해 요지부동해온 일본의 자세는 실상 ‘꽃놀이패’를 쥔 듯한 분위기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철회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한국 주장에는 “수출 규제 조치와 지소미아는 별개 문제”라며 한국의 재검토를 촉구할 뿐이며 “공은 한국 측에 있다”고 여유를 부릴 뿐이다. 일본의 이러한 일관된 자세는 지소미아가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의 상징이란 점에서 미국의 손을 빌려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과 관련해선 일본의 독자적인 정보에 동맹국인 미국의 정보를 더해 만전의 태세를 취하고 있다”며 “지소미아를 통한 한국과의 정보 교환은 보완적 정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종료는 지역 안보환경을 완전히 잘못 읽은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측의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으로부터 제공 받아온 정보의 의미를 축소한 것으로, 일본 정부에서도 종료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대북 정보는 이전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미국에서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일본이 지소미아를 단순한 한일 간 대북 정보 교환 수단이 아니라 중국의 진출 등 동아시아 안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틀을 유지하는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구상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일본이 한국의 입장변화만을 요구하며 요지부동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미국과 자국의 이해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선 최근 한국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 개선 등에는 적극 나서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전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은 지난 5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주최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만약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생겨, 중국ㆍ러시아ㆍ통일 한국이라는 대륙 국가군이 형성될 경우 이에 대응해 미국ㆍ일본ㆍ호주 해양 네트워크 간 대립구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북ㆍ중ㆍ러에 유리하도록 한미일 협력 구도에서 이탈하려는 게 아니냐는 여론전 성격이 강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 때와 달리 미국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우려를 드러내며 개입하고 나선 것도 일본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계기였던 일본의 수출 규제 때 적극 중재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에 대해 수출 규제 해제 요구까지는 아니어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전달하며 압력을 넣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와 같이 공개적인 압박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에 일본은 즉각 한국이 요구하는 수출 규제 완화 등의 명분을 제공하기 보다 미국의 압박에 따른 한국의 태도 변화를 주시하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에 압박이 집중되는 만큼, 일본은 관망을 택하더라도 특별히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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