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반 거대 플랫폼 탄생… 50대 50 조인트벤처 만들어 공동경영
인공지능 기술 패권경쟁에서 한국ㆍ일본ㆍ동남아 공동 대항 계기돼
손정의(오른쪽)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연합뉴스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손잡고 미국과 중국의 ‘인터넷 패권’에 맞설 초대형 ‘IT공룡’을 탄생시킨다. 일본과 동남아 국가에서 월간 실사용자(MAU) 수가 1억6,500만명에 달하는 라인과 20년째 일본 포털 사이트 점유율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야후재팬이 합쳐지면서 포털과 금융, 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르는 아시아 기반 거대 서비스 플랫폼이 나오는 것이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50대 50으로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야후재팬을 서비스하는 Z홀딩스를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JV가 Z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되고, Z홀딩스가 라인과 야후재팬 등을 서비스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는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올해 안에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과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JV의 공동대표는 두 사람이 맡게 된다. 이와 함께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 오자와 다카오 Z홀딩스 전무 등 라인과 Z홀딩스에서 각각 3명의 시내이사를 임명하고 사외이사 4명 등 총 10명의 이사회 체제를 꾸릴 계획이다. 통합 작업은 내년 10월까지 마무리된다.

네이버는 핀테크를 바탕으로 한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를 이번 통합의 목표 중 하나로 꼽았다. 2014년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페이는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3년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마케팅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고, 이는 모회사인 네이버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끼쳤으나 시장 장악에는 실패했다. 반대로 소프트뱅크가 야후재팬과 지난해 공동 출자해 만든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는 라인보다 더 막대한 물량공세를 펼치며 현재 일본 간편결제 시장 1위 업체로 올라선 상태다. 두 회사가 손 잡으면서 출혈 경쟁을 멈추고 모바일과 핀테크, 온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4차산업혁명의 ‘원유’로 불리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라인+Z홀딩스 경영통합 후 지배구조.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번 통합으로 두 회사는 1억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하게 됐다. 한국과 일본 각 나라에 갇혀서는 얻을 수 없는 숫자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 플랫폼을 실험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용자 규모가 커야 한다”며 “일본의 ‘국민 메신저’를 넘어 대만과 태국, 스페인까지 이용자들을 확대하고 있는 라인의 존재는 새로운 조인트벤처가 시도할 핀테크 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의 또 다른 이유는 인공지능(AI)이다. 유럽에 AI 전문 연구기관을 두고 국내에서도 네이버랩스 등을 통해 AI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네이버처럼, 소프트뱅크도 손정의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수 차례 AI의 중요성을 강조할 정도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은 ‘GAFA(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ㆍ애플)’로 대표되는 미국과 ‘BATH(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ㆍ화웨이)’를 가진 중국이 싸우고 있는 AI 기술 패권 경쟁에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항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AI 기반의 새로운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두 회사의 통합경영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포털 ‘다음’ 창립자이기도 한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번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에 대해 “10년 내 한ㆍ일 사이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경제 협력”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이런 식의 협력을 한 적은 양국 관계가 좋았을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두 회사는 시가총액 30조가 넘는 회사가 돼 일본 1위 인터넷 회사가 되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를 같이 공략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회사를 한국과 일본 기업이 50대 50으로 경영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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