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각계 반응은]
野 “궁금증 해소에 턱없이 부족”… 여권 내부서도 형식 놓고 불만
19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는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패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과 일자리문제, 검찰개혁, 외교안보 등 주요 현안은 수박 겉핥기 수준에 그쳤고 최근 화두가 된 정시 확대, 특목고 폐지 등 입시 이슈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각본 없는 대화 형식에 얽매이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행사가 진행된 탓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두에 “참모들이 공부하라고 어제, 오늘 외부 일정을 안 잡아줬다. 통계 자료를 책 한 권 분량으로 공부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임기 절반을 돌아보고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사회자가 분야별 질문을 취합하지 않고 패널 300명의 질문을 즉석에서 받다 보니 이슈가 고루 분배되지 않았다. 다문화 이주민,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등 소수자들도 마이크를 잡았지만 이들 전체를 대변하는 질문보다는 개인적 차원에서 겪은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패널들이 “저요, 저요”를 외치며 앞다퉈 질문 요청을 하다 보니 진행자조차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 관심사는 조국 이슈에서 촉발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개혁 등인데 핵심에서 벗어나는 발언들이 많았다”며 “경제, 외교 현안 등 정작 대통령이 설명하고 싶거나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보다는 패널들이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도 “임기 후반부라 야당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국내 현안을 둘러싼 협치에 대한 언급이 없는 부분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야당의 평가도 박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작은 대한민국’을 컨셉으로 각본이 없다는 것을 홍보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내용은 대다수 궁금증과 목소리를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며 “국민 300분을 모셔놓고 20여분의 질문만 받았는데 그 대답마저도 특정 질문에 대해서만 장황한 대통령의 입장을 듣는 데 할애됐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농담, 무질서함, 개인적 이야기로 정작 중요한 의제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는 찾을 수 없는 시간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혹평했고, 김종대 정의당 대변인도 “우리 사회 불평등 해소, 한반도 주변정세를 주도하는 평화 기획,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담대한 정책, 중소 상공인 등 우리 사회 핵심 과제가 주마간산 식으로 지나간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형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문 대통령 측근인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전날 방송된 tvN ‘김현정의 쎈터뷰’에 출연해 “(그동안) 소통의 총량이 적지 않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바를 국민에게 언제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도 별도의 시간을 내서 ‘국민과의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라면 이 행사 연출을 안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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