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김용균법 핵심 내용 빠져… 원청 처벌 강화, 도급 금지 확대를”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고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분향하기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부가 지난해 1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2022년까지 산업재해사고 사망자 수 500명 이하로 감축’이라는 국정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9월까지 사고 사망자 수가 이미 700명에 육박하는 등 사실상 목표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더딘 감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전향적인 산재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산재사고로 노동자 66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9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사망자 수는 63명(8.6%) 줄었지만 감소폭이 적은데다 부상자를 포함한 전체 재해자수(6만9,568명)는 3,272명(4.9%) 증가해 안전한 일터가 조성됐다고 보긴 어렵다. 노동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 비율인 사고사망자 만인율의 경우 0.36‱로 전년동기보다 0.03‱포인트 밖에 줄지 않았다. 독일(2014년 기준 0.16‱)이나 일본(0.19‱)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이상 높다. 정부의 목표는 ‘2022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 0.27‱, 사고사망자 500명 이하 달성’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목표에 비해 감소세가 소폭이라 2022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고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속한 건설업에서 일감이 줄어서 사고가 감소한 것은 아닌지 등 통계 내용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연도별 산업재해사고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산재사고 사망자가 집중된 소규모사업장의 근로 여건을 개선할 정책이 미흡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올해(9월 기준 누적) 산재사고 사망자의 75.8%(506명)는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으로 대부분 하청업체들이다. 원청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져야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원청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일명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핵심 내용들이 빠졌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이 정도의 제도 개선으로는 저렴한 비용으로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하청노동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이 나몰라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안전보건실장은 “사망사고가 많은 업종이나 업무는 도급을 금지해야 하는데 고 김용균씨가 맡았던 업무(낙탄 처리 유지ㆍ보수 작업)는 물론 많은 부분이 도급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라며 “그렇다고 원청이 하청노동자 안전에 대해 강한 책임을 지도록 처벌 규정이 개선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면 기업이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사망자가 발생하면 법인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게 하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하한형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안전조치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벌금만 내면 그만인 솜방망이 처벌을 개선해야 산재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사망자 1명당 평균 벌금액이 4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일일이 규제하고 감독해 사고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국이나 스웨덴이 획기적으로 사고사망자수를 감축할 수 있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법 제정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국에선 산재 사망 시 벌금 하한액이 50만파운드(약 7억8,000만원)에 달한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기업이 안전사고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끔 책임을 강하게 물을 법 제도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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