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법인 “지정기업 외 일감 줄여야”… 최중경 회장도 “과다 수임 억제”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기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금융당국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 이후 회계업계 내부에서 ‘양극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도 시행에 따라 감사 업무가 중대형 회계법인으로 쏠리는 현상이 한층 심해질 거란 관측 때문이다. 중대형 법인이 수임 욕심을 줄여야 한다는 소형 법인의 요구가 거세지자 한국공인회계사회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중대형 법인들은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금융당국이 220개 상장사에 내년부터 3년간 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지정하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시행한 이후 소형 법인을 중심으로 “중대형 법인의 입지를 더욱 넓히는 제도”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제도는 상장사 및 대형 비상장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의무 선임하도록 한 것이다. 기업과 감사인의 유착관계 형성을 막아 회계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소형 회계법인들은 수임료가 높은 대형 기업의 지정 감사는 결국 4대 대형 법인(삼일 삼정 한영 안진)이나 중견 법인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실제 10월 당국의 감사인 지정 결과 삼성전자 감사인은 삼일에서 안진으로, SK하이닉스는 삼정에서 삼일로 각각 바뀌는 등 주요 대기업 감사인은 ‘빅4’에서 선임되는 경향을 보였다.

주요 기업 감사인 지정 현황. 박구원 기자

소형 법인의 불만은 중대형 법인이 새 제도의 혜택으로 일감을 대거 수주하고도 다른 기업의 감사 업무까지 휩쓸어 가려 든다는 것이다. 한 소형 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는 “감사인 지정제의 취지상 대기업 감사를 맡게 된 회계법인은 감사시간과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는 만큼, 대형법인들이 자연스럽게 ‘자유 선임 시장’에서 발을 뺄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대형법인들은 여전히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자유 선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은 “회계법인들의 지나친 감사업무 수임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중대형 법인 견제에 나섰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마 지금 많은 회계법인이 역량을 초과하는 일감을 눈앞에 두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각자 역량에 맞춰 일감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한 “과다 수임 억제를 위해 표준감사시간 준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회사 재무제표 작성 업무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프라이빗 어카운턴트’ 시장을 활성화해 소형법인에 기회가 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형 법인들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등을 포함한 외부감사법을 개정한 이유가 회계법인의 감사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인 만큼 스스로 수임 기업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한 대형법인 회계사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목적은 결국 투명한 감사로, 감사업무가 부실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정 기업 감사가 진행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 파악되고 이에 따라 일감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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