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LF 분쟁조정위 결과
은행 내부통제 위반 책임 첫 적용
79세 치매환자에 불완전판매한 우리은행에 최고 80% 배상 권고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투자 피해자들이 금융당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79세 치매환자에게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은행에게 투자 손실액의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80%는 역대 금융상품 분쟁조정 사건 가운데 최고 배상 수준이다. 금감원은 대표적인 분쟁조정 사례 6건을 정하고 배상비율을 40~80%로 차등화했다.

◇기본 배상비율 55%에서 투자자마다 가감

5일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 6명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 지난달 30일까지 금감원엔 모두 276건의 DLF 관련 분쟁조정 민원이 접수됐다. 금감원은 DLF를 판매한 우리ㆍ하나은행 본점에 대한 현장조사와 당사자 면담을 거쳐 불완전판매 유형을 크게 6가지로 분류했다.

불완전판매로 인정된 6개 사례는 공통적으로 △은행이 투자자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했거나(적합성 원칙 위반) △원금 손실가능성 등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설명의무 위반) 문제점이 있었다. 금감원은 적합성 원칙ㆍ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본적으로 배상비율을 30%로 적용하고, 여기에 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20%)과 초고위험상품의 특성(5%) 등을 가산했다.

최종 배상비율은 이 55%에 사례마다 투자자의 책임 정도를 고려해 가감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책임이 다소 인정되더라도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은행에 최소 20% 이상 배상비율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사 내부통제 책임 첫 인정

금융사의 내부통제 위반 책임이 손실 배상비율 결정에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통상적인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사건은 영업점 직원의 법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정했다. 하지만 이번 DLF 사태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은행의 과도한 수익추구 부작용이 컸다는 점에서 다르게 판단했다.

이날 결정된 최고 배상비율은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에 치매까지 앓던 79세 노인에게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에 내려졌다. 우리은행 직원은 투자자성향을 임의로 ‘공격투자형’으로 작성하고, 고령 투자자라면 거쳤어야 할 다른 가족 동의 절차도 밟지 않았다.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지난 10년간 손실확률이 0%였다”며 권유한 사례도 75% 배상비율을 인정 받았다.

하나은행의 경우 정기예금 상품을 문의하러 온 고객에게 DLF 가입을 권유한 사례에 65% 배상비율이 결정됐다. 하나은행 직원은 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의 기초자산이 미국 금리가 아닌 영ㆍ미 CMS였는데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잘못 설명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결정한 배상비율을 각 은행에 전달하고 은행과 투자자 간 자율조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투자자들이 분쟁조정 절차를 거칠 순 없기 때문에 이날 결정된 배상비율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평순 금감원 팀장은 “만약 은행이나 투자자가 배상비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법원에서 상품 판매과정이 사기로 결론 날 경우 법원으로부터 100% 배상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12일 오후 키코(KIKO) 사건에 대해서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키코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 및 은행의 배상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최근 6개월 가까이 은행과 피해기업 간 접점을 찾는 의견조율 작업에 매진해 왔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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