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얼마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 간 성폭력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남성의 성적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 뒤로, 아동 간 성폭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연령대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등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문제들은 묻힌다.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같은 반 남자아이들은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거나 치마를 들쳤다. 성행위가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알게 된 몇몇 아이들은 ‘그게 뭔지 알고 있냐’며 집요하게 묻기도 했다. 여중, 여고에 다닐 때는 학교 주변에 자주 나타나는 일명 ‘바바리맨’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대학생이 될 때까지 버스와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도 몇 번 있다. 사실, 여성들은 이런 일들을 비슷하게 겪으며 성장한다.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얼마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 간 성폭력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6세 남성 아동이 같은 나이의 여성에게 성폭력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이 사건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해석한 박 장관의 발언에서는 아동 이전에, 남성의 성적 욕구에 관대한 그의 인식이 드러난다. ‘남성의 성적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 뒤로, 아동 간 성폭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연령대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등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문제들은 묻힌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자녀가 유사한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연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치어리더 이주아에게 한 남성 초등학생이 ‘#능욕’ ‘#연예인능욕’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주아 XXX 임신시켜도 되겠지?” 등의 댓글을 남기는 사건도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미성년자였던 모 국회의원의 아들이 SNS를 통해 성매매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적도 있다. 이 모든 일은 6세 유아뿐 아니라 초등학생, 중고등학생까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남성들도 자신보다 약한 누군가를 성적으로 괴롭힌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을 만큼, 한국 사회의 성교육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 일들의 밑바닥에는 남성의 성적 욕구를 당연시하고 용인하는 문화가 깔려 있다. 치마를 들치거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남자아이들의 행동을 ‘관심 끌려고 그러는 것’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면서 크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어른들의 말에서는 이것이 성폭력이라는 경각심은 찾아볼 수 없다. 남성의 성적 욕구는 이해 받는 것을 넘어 장려되고, 때로는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도 되는 것처럼 설명되기도 한다. 그 결과 일부 남성들은 주변 여성들의 집에 침입해 속옷을 훔치거나,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하거나, 여성들을 상대로 자신의 나체를 드러내고도 ‘성적 호기심’ 때문에 그랬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언급한 사건은 모두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에서 ‘성적 호기심’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중 일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자들이 ‘야동’을 보고 서로 공유했다는 이야기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 또한 남성의 성적 욕구를 어떤 경우에도 자연스러운 걸로 생각해 온 사회적 인식이 낳은 장면이다.

성남의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사건의 가해 아동은 폭력을 저지른 후 그 모습을 목격한 친구들에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6세가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성적 욕구를 드러낸 해프닝이 아니라, 타인의 신체를 그런 식으로 만지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지른 성폭력 사건이다. 피해 아동에게는 섬세한 보호와 치료가, 가해 아동에게는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폭력이라고, 가해 아동에게도, 피해 아동에게도, 그리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도 힘주어 이야기해야 한다. 타인을 해하면서까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받아야 하는 욕구는 아무것도, 누구에게도 없다.

황효진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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