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강원 고성군 화재 피해 보상을 위한 조사 당시 손해사정사들이 현지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고성=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년부터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 사고로 발생한 손해액을 높게 평가해 주는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훨씬 넓어진다. 그동안 손해사정사를 보험사가 선정하면서 지급 보험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생명ㆍ손해보험협회는 6일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절차와 요건 등을 규정한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6월 소비자의 선임권 강화를 위해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통상 자회사를 설립해 손해사정을 사실상 전담시키거나, 위탁 손해사정법인에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 때문에 손해사정이 보험사에 유리하게 이뤄져 결국 보험금 지급 거절ㆍ삭감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금도 원칙적으로는 보험 가입자가 독립적인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보험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고객의 선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선임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치러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선임권 제도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접수시 보험금청구권자가 손해사정사 선임 관련 내용을 알 수 있게 안내하고, 고객이 손해사정사 선임을 요청할 때는 이를 거부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고객이 선임한 손해사정사라도 보험사가 선임에 동의하면 비용은 보험사가 댄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사실상 고객이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면 보험사가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보험협회에 따르면 단독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건이 발생했을 때 고객이 선정한 손해사정사가 손해사정 자격이 없거나 보험 사기에 연루된 인물 등 심각한 하자가 없는 경우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선임에 동의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권리를 높이기 위해 올해 선임 요청건도 적극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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