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맞은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가보니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종합방재센터의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신고자에게 초기 대응을 지시하고 있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제공

“상의를 위로 쭉 올려주세요. 흥분하지 마시고요. 환자가 숨 쉬고 있나요?”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종합방재센터 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용호 소방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퍼졌다. 즉시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 소방장은 박자에 맞춰 소리를 내는 음향장치 ‘메트로놈’을 꺼냈다. “삑 소리가 날 때마다 한번씩 가슴을 압박해주세요. 팔을 쭉 펴고 해야 합니다.”

심폐소생술 지시를 받은 사람은 서울시내 한 요양원의 직원이다. 요양원에 머물던 88세 노인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한 직원은 지시대로 노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 약 5분 뒤 도착한 119구급대에 인계했다. 다행히 노인은 호흡이 돌아온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소방장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강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이면 더욱 바빠진다. 낮은 기온에 혈관이 수축해 급성심근경색(심정지) 발생이 증가하는 탓이다. 센터 근무자들에게 겨울은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계절이다.

위급상황 시 119신고에 하면 아무리 빨라도 구급차 도착까지 4, 5분이 걸린다. 5분 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신고자와 소통하며 ‘골든타임’ 동안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게 센터의 존재 이유다.

서울종합방재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소방관들이 119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제공

구급차 도착으로 센터의 임무가 끝나는 건 아니다. 구급대원이 대처할 수 없는 긴급상황이면 센터 내 의료진이 직접 출동한다. 센터에는 64명의 의료진이 소속됐고, 이중 2명씩 24시간 상시 대기한다. 의료진은 현장에서 보내온 영상을 보고 약물 투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 지도도 맡는다.

흔하면서도 가장 난감한 건 신고자가 너무 흥분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센터 근무자들이 신고자를 다그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임정화 소방위는 “신고자가 정확하게 대처를 해줘야 뇌손상 없이 구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센터에서는 대원 1명이 하루 평균 54건의 신고를 처리한다. 신고 접수 뒤 심정지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 2분 내 심폐소생술까지 유도하는 비율은 77.9%다. 이중 11.3%는 초기대응 덕에 호흡이 돌아온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임 소방위는 “심정지 신고는 놀란 신고자를 진정시키고 심폐소생술을 지도하다 보니 목이 쉬고 진이 빠져도 환자의 호흡이 돌아오면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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