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시위 관광’…사실은 ‘다크 투어리즘’
주최자 “화려한 고층빌딩 뒤 홍콩의 불편한 진실 보여주고 싶어”
민주화 요구 시위 6개월에 접어든 지난 8일 홍콩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화려한 마천루와 야경, 거대한 쇼핑몰과 맛있는 음식들. 홍콩 하면 빠지지 않는 대표주자들이었죠. 그러나 이제 홍콩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복면과 검은 옷, 최루탄과 물 대포가 되었습니다.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 영향인데요.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와 함께 중국의 정치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대규모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된 이 시위는 이제 6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홍콩 현지에서 ‘시위 관광(Protest tour)’을 제공하는 여행사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화제가 됐는데요. 게다가 여행사는 “안전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합니다.

홍콩 시민의 치열한 투쟁을 관광 대상으로 삼는다? 언뜻 들으면 굉장히 비윤리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국내에서는 ‘홍콩 시위가 구경거리로 전락했다’는 보도와 비판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홍콩 젊은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뜻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 이 친구들은 왜, 이런 관광 상품을 만든 걸까요?

현지 온라인 가이드 여행사 ‘홍콩 프리 투어’에서 제공하는 ‘시위 관광(Protest tour)’. 홍콩 프리 투어 홈페이지
◇시위 관광?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논란을 부른 이 가이드 여행사 이름은 ‘홍콩 프리 투어(Hongkongfreetour)’입니다. 웹사이트 첫 화면에서부터 시위 관광 상품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상품은 홍콩 정부가 시위대 복면금지법 시행을 발표한 10월 4일 만들어졌네요. 일단 비용은 무료입니다. 팁을 주고 싶다면 줄 수 있고요. 따로 예약도 받지 않아요. 홍콩인도 외국인도 모두 가능합니다. 상품 설명에 따르면 시위예정일 정해진 장소에서 노란 옷을 입은 직원을 찾아 ‘미소를 띠고’ 합류하면 된다고 하네요.

이후 시위 초반부 약 2시간 정도, 안전한 거리에서 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데요.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며 직원들에게 홍콩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식이라고 합니다. 원한다면 시위대와 같이 복면, 검은 옷을 착용하고 합류해도 되고요. 물론 안전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시위를 포함해 이 여행사에서는 6개의 도보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인데요. 다른 상품으로는 ‘구룡 관광(Kowloon tour)’도 있습니다. 홍콩 도시빈민의 집성촌이었던 ‘구룡성채’가 떠오르는데요. 맞습니다. 전세계 자본이 몰려드는 화려한 홍콩의 뒷골목, 새장 같은 주거환경에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있는 빈민지역에서 자본주의에 물음을 던지는 투어입니다.

현지 온라인 가이드 여행사 ‘홍콩 프리 투어’에서 제공하는 도보 관광 상품. 홍콩 프리 투어 홈페이지
현지 온라인 가이드 여행사 ‘홍콩 프리 투어’에서 제공하는 ‘구룡 관광(Kowloon tour)’. 홍콩 프리 투어 홈페이지
◇불편할 것 같아, 이런 관광을 왜 하는데?

보통 관광이라면 그 나라의 가장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경험해도 모자란 데 대체 왜 이런 상품을 만든 걸까요? 창립자인 마이클 창(Michael Tsang)과 가이드 알라 라우(Alla Lau)는 “홍콩의 어두운 면, 사람들이 사는 진짜 홍콩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현재 진행 중인 비극에 대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인 셈입니다.

마이클 창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외신 인터뷰에서 이 상품들에 대해 “홍콩의 정치발전, 주택문제 그리고 부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홍콩은 중국 안에서 공개적으로 토론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라며 “지난 70년간의 일에 대해 홍콩의 관점에서 본 우리의 역사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설명했는데요. “어느 날 내 웹사이트를 볼 수 없다면 곧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 살벌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알라 라우 또한 “사람들은 홍콩에 와서 중심가의 테슬라, 메르세데스 등의 고층건물과 멋진 쇼핑몰을 보지만, 이건 한 면일 뿐 전체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표면적으로는 부유한 도시지만 이 모든 것들은 빈곤층을 희생해 만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홍콩은 정말 기만적인 사회”라며 “이 도시에는 분노가 있고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용히 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죠.

어떤 사람들은 이들의 방식에 대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시위현장에서 관광객에게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데다, 시위를 마치 축구 경기처럼 보는 관음증적 한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자, 이제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홍콩을 알고 싶으신가요?

☞여기서 잠깐,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뭐야?

전쟁ㆍ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큰 재난ㆍ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고 배우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일컫는 말인데요.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로는 ‘역사교훈여행’이라 다듬었다고 하네요.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미국 그라운드 제로,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캄보디아 킬링필드 유적지 등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다크 투어리즘으로 천안 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5ㆍ18 민주화운동기록관, DMZ생태평화공원, 제주 4ㆍ3 평화공원 등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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