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일관, CCTV 동선ㆍ행동 일치…피고인은 진술 번복 
 누리꾼들 “증거는 피해자 진술뿐” “당해본 사람은 알아” 분분 
‘곰탕집 성추행’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장면. 연합뉴스

지난해, 한 남성이 곰탕집에서 지나가는 여성의 엉덩이를 강제추행 했다는 혐의로 징역 6개월을 받아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사건. 다들 기억하시나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고인 남성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족의 글이 올라왔고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했다”, “혐의가 불분명한 데 비해 형량이 가혹하다” 등 여론이 일어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됐는데요. 대법원은 12일 결국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왜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했을까요? 당시 상황을 먼저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7년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각자의 일행과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요. 피해자는 피고인이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가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우측 엉덩이 부위를 움켜잡아 바로 항의했다고 합니다. 피고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일행간 다툼으로 번졌죠.

하급심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지난해 1심을 맡은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판사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살펴본 결과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내용과 피고인이 보인 언동, 범행 후 과정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내용이 자연스럽다”며 “피해자가 손을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고, 사건 직후 많은 남성들 앞에서 바로 항의한 것을 보면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단순히 엉덩이에 손이 스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아내가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피고인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자, 피고인의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탄원 글을 올렸는데요. 청원인은 “윗분들을 모신 격식있는 자리였고, 함께 있던 지인들이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도 여성이 무조건 당했다고 하니 더 이상 남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여성이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명백하니 법정에서 밝혀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글은 청와대 답변기준(20만명)을 훌쩍 넘긴 33만명 이상의 지지를 얻었고요. 청와대는 “재판 중인 사건이라 곤란하다”고 답변했죠.

그러나 4월 이뤄진 2심에서도 징역 6개월의 유죄 판단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다만 2년의 집행유예를 받아 구치소에서는 풀려나게 됐죠.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점이 없는데다, CCTV 영상을 봐도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은 명확해 보인다”며 “피해자는 먼저 피고인에게 합의금 등을 요구한 적도 없어 무고할 동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CCTV 영상을 보기 전엔 신체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니 신체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도 컸죠.

결국 이날 대법원도 2심에서 인정한 사실들을 받아들이고 법리에 대한 오해도 없었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상고심 쟁점은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는가’ 여부였는데요. 피고인 측은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피해자와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추행의 고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가장 크게 작용했는데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합리적이며, 허위 진술할 동기나 이유가 없는 한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입니다.

피고인과 피해자 양측의 CCTV가 공개됐고 대법원의 판단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판결에 대한 반응은 분분합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스쳐도 추행이라니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mi****), “스쳐 지나가는 1.33초의 찰나에 엉덩이를 움켜쥘 수 있나”(re****), “만에 하나 일관된 증언이 일관된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ca****), “증거라고는 피해자의 진술뿐인데 유죄다”(lk****) 등의 댓글을 남기며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또 다른 누리꾼들은 “피고인의 진술은 계속 바뀌고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거짓이 나오는데, 피해자 진술은 일관적이고 합의를 원하지도 않았다”(ta****), “피해자가 합의금 요구했다는 것은 피의자 측의 거짓말로 결론이 났고 사과하라는 말만 했는데 이쯤 되면 피해자가 꽃뱀이길 바라는 거 아니냐”(ch****), “동영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실제 길에서 추행 당해본 사람들은 안다, 실제로 단 몇 초 만에 추행이 이뤄진다”(ph****) 등의 의견을 내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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