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자바해에서 추락한 보잉 737맥스8 여객기 추락 이후 내부적으로 문제점을 확인했지만 운항을 계속하도록 허가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제 때 대처했더라면 지난 3월 18일 에티오피아항공의 동일 기종 추락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교통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2018년 11월 FAA 내부 분석에 따르면, FAA는 인도네시아 추락 사고와 관련이 있는 자동비행 제어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737맥스 기종에서 2,3년마다 한 번씩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잉과 FAA가 사고 당시 발표했던 위험 가능성에 비해 확연히 큰 수치”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인 피터 더파지오 하원 교통위원장은 “FAA는 여행객들의 안전에 대해 주사위놀이를 하면서 737맥스 기종이 계속 비행하게 했다”면서 “FAA의 기술 전문가와 안전 검사관들은 공공의 안전 대신 보잉의 편에 서 있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FAA와 보잉으로부터 수집한 50만건 이상의 자료를 근거로 “FAA와 보잉 내부에 안전 문화가 결여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티브 딕슨 FAA 청장은 “(우리의 안전) 시스템은 고장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도 “해당 기종의 승인 절차를 재점검하고 생산 과정의 문제점 및 설계 결정에 관한 부적절한 정보 공유 등에 대해서도 보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FAA에 오류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잇따른 추락으로 세계 각국에서 운항이 중단된 737맥스 기종의 복귀는 예정보다 더 늦어질 전망이다. 딕슨 청장은 같은 날 CNBC 인터뷰에서 “문제를 일으킨 737맥스가 2020년에 운항하기 위해선 수많은 남은 절차들이 완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잉 측은 “면허 갱신을 위해 FAA와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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