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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출연자 인권 사각지대 노출한 EBS ‘보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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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출연자 인권 사각지대 노출한 EBS ‘보니하니’

입력
2019.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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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유튜브 생방송 중 청소년 MC에게 폭행 및 언어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코미디언 박동근(왼쪽)과 최영수. 이들은 11일 출연 정지됐다. EBS 제공
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유튜브 생방송 중 청소년 MC에게 폭행 및 언어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코미디언 박동근(왼쪽)과 최영수. 이들은 11일 출연 정지됐다. EBS 제공

12일 EBS가 발칵 뒤집혔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인기프로그램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의 유튜브 방송에서 30대 남성 코미디언이 10대 여성 출연자에게 폭력과 언어 성폭력을 가하는 듯한 모습이 여과없이 방송돼서다.

교육을 내세운 방송사의 특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EBS는 이날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시키고 제작진을 교체하는 등의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청소년 출연자의 인권 보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날 김명중 EBS사장에게 인권보호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발단은 지난 10일 ‘보니하니’ 유튜브 생방송이었다. 생방송에서 코미디언 최영수(35)가 채연(15)양을 때렸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러자 코미디언 박동근(37)이 채연양에게 언어 성폭력을 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작진 대응은 안이했다. 중요한 건 폭행이나 언어 성폭력이 있었느냐 못지않게, 성인 코미디언이 청소년 출연자에게 함부로 대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그 점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11일 ‘보니하니’ 제작진은 “출연자, 현장 스태프 확인 결과 폭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친하다 보니 촬영장에서 장난을 친 것이고, 좀 과하다 해도 실제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난 여론이 쌓여 가자 결국 EBS는 12일 김 사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어 책임 간부 해임, 제작진 교체,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뒤늦은 강경조치에 대해 EBS 관계자는 “사태 심각성을 파악하고 회사에서 사과문 게재를 결정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교육방송이라는 특성상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많이 출연시키는 EBS가 이번 기회에 인권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BS가 어린이 및 청소년 출연자의 노동권 규정을 보강한 게 불과 지난 9월 말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제작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임직원 대상 설명회도 열었다.

여기에다 성인 출연자에 대한 검증이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어린이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한 PD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인 출연자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더 갖추고, 그들에 대해 사전 교육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린 출연자들의 고충을 들어줄 통로도 마련해야 한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 사무국장은 “방송출연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 출연자가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하긴 어렵다”며 “방송 제작 관행 개선도 필요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빛센터 등 8개 단체가 참여한 공동행동 ‘팝업’은 내년 1월 국회에서 아동ㆍ청소년 연기자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전면개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최영수와 박동근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는 “실제 폭력 여부를 떠나 폭력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낮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어린이ㆍ청소년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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