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검거 전과 검거 이후 분석내용 달라
검찰 “경찰 국과수 자료 안줘…직접 받아 분석”
검찰이 화성 8차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황성연 수원지검 전문공보관이 11일 수원지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누구 조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8차 사건을 직접수사 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과수의 분석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는 1989년 수사 당시 윤모(52)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국과수의 당시 감정서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실제로 실시한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에 따른 감정결과 비교대사 시료 및 수치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경찰은 1989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 당해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윤씨를 포함해 여러 수사대상자들의 체모를 채취해 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이렇다 할 단서를 잡지 못하다 이듬해인 1990년 7월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 체모의 중금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핵심 증거로 내세워 검거했다.

검찰은 국과수가 이들 수사대상자들의 체모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중금속 성분 분석을 수 차례 의뢰해 감정 결과를 받은 뒤 윤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경찰도 가담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과 박준영 변호사 등이 지난 4일 검찰에 직접수사를 촉구한 의견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다산은 지난 11일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에 대한 분석 결과가 시기별(윤씨 검거 이전과 이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했다”며 관련 자료를 출입기자단에도 배포했다.

화성 8차 사건 당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 왼쪽은 윤모(52)씨가 검거되기 전, 오른쪽은 윤씨가 검거된 후에 나온 감정 결과다. 법무법인 다산 제공

다산 측은 자료를 통해 “화성 8차 사건 직후 윤씨의 체모에 대한 성분과 이듬해 경찰에 연행된 후 체모에 대한 성분 차이가 상당수 나는 것으로 나타나 감정서 조작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의 감정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두 체모가 동일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윤 씨가 연행되기 전에는 (국과수가) 16가지의 성분을 추출해 분석했는데, 유죄의 증거가 된 감정 결과표에는 4개의 성분이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40% 편차 내에서 일치하는 성분의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일부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심에 동참한 박준영 변호사도 “윤 씨가 연행되기 전이든 후든 똑같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 체모로 감정을 했다면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며 “어떤 체모가 어떤 감정에 사용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아 (조작)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어떤 경위로 국과수 감정서를 조작했는지 현재 상황에서 조사를 해 봐야 한다”며 “모든 진상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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