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대변인 담화… “대북 압박 분위기 고취, 묵과하지 않을 것” 
 美 ‘셈법 변화’ 기대 접은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둘러보는 모습이 담긴 4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미국이 어리석은 짓으로 우리가 어느 길을 갈지 결심하게 해줬다”고 밝혔다. 미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적대적 도발’로 규정하면서다. 강경 노선 채택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였으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속에 미국이 우리에 대한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며 “10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유엔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떠벌인 데 이어 11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회의라는 것을 벌려놓고 우리의 자위적인 무장 현대화 조치들을 걸고 드는 적대적 도발 행위를 또다시 감행하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과 같이 예민한 때에 미국이 우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회의를 주도하면서 대조선(대북) 압박 분위기를 고취한 데 대하여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들은 때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 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켜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대변인 주장이다.

그는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며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상응한 대응’이니 뭐니 하고 떠들었는데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담화는 미국의 태도 전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북한이 접었다는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이 한 이야기를 듣고 자기들이 설정한 시한인 연말까지 미국의 ‘셈법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북한이 판단한 듯하다”며 “확고한 결심을 개인 명의가 아니라 외무성 명의로 건조하게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1일(현지시간) 자국이 소집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협상에 유연하게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을 달래면서도, 북한이 적대와 위협을 멀리하지 않을 경우 안보리가 응분의 행동을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하며 대북 압박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최근 잇단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추가 동향이 이번 회의 의제였고, 8일 북한이 전날 미사일 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밝힌 직후 미국이 안보리 회의를 제의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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