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 궁금해?] 북미, 연말 시한 폭풍전야
북미 “로켓맨” “늙은이” 말폭탄… 2년 만에 공방 수위 높였지만
연말 넘어가도 당장 파국보다는 내년 2월까지는 ‘인저리 타임’

한반도가 폭풍전야 분위기다. 북한이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며 미국에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임박하면서다.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 옵션 가능성 시사 이후 숨가쁘게 이어지던 공방은 소강 상태다. 미국의 대북 기조는 압박이다. 하지만 달래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15일 한국을 찾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접촉을 시도할 전망이다. 양측은 파국을 피할 수 있을까. 상황 진단과 사태 추이 전망을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ㆍ청와대팀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판문점 메아리(메아리)=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별명을 다시 꺼냈습니다. 두 사람이 ‘말폭탄’을 주고 받던 2017년 하반기 이후 2년 만인데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고존엄’ 대신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라고 맞받아쳤죠. 지금 양측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어떤가요. 2년 전처럼 험악한가요.

정릉 막걸리(막걸리)=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였던 2017년과 달리, 양측 모두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을 언급했을 때 북한은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담화로 응수했는데요. 군 서열 2위가 나서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 집권 뒤 낮아진 군의 위상을 고려하면 강공이라 보긴 어려워요. 이후 나온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영철ㆍ리수용 당 부위원장 등 전ㆍ현직 ‘외교 라인’의 담화 역시 북미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죠.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지도자가 공격받으면 정권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게 마련입니다. 최근 고위급의 ‘릴레이 담화’를 두고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경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마음은 콩밭에(콩밭에)=“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유엔 주재 북한대사), “미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은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결정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북한 외무성 대변인) 등 발언만 보면 북한 공언대로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공식화할 거라 예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꺼내놓기를 기대하는 듯한 시그널도 아직 보여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에 붙들어 둘만한 어떤 ‘히든 카드’를 넘겼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다만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경색된 상태여서 수석 협상가 문 대통령이 움직일 공간이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으르렁대는 북미. 그래픽=김대훈 기자/2019-12-13(한국일보)

메아리=협상에 소극적인 쪽이 북한이잖아요.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요. 연말까지 미국이 북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사직로 피톤치드(피톤치드)=북한이 요구하는 ‘셈법 변화’라는 게 결국 대북 제재의 완화인데 미국이 ‘유연한 태도로 대화에 임하겠다’ 같은 말로 모호하게 대응하니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북한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평화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유인책으로는 북한을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막걸리=지난해 북미 대화 국면에서 자신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는데, 오히려 미국이 보답은커녕 추가 제재를 가하고 한반도에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는 등 적대시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게 북한의 불만입니다. ICBM 발사 재개가 예상되는 북한 카드로 거론되는 분위기인데 정말 꺼낼지는 미지수입니다. 쏘는 즉시 석유 수입량(원유ㆍ정제유) 쿼터 축소 등 추가 제재가 가해질 공산이 커요. 미국이 ICBM 발사를 명분 삼아 한반도에 각종 군사 개입을 늘리는 건 북한 ‘뒷배’인 중국이 가장 꺼리는 상황이죠. 핵 실험 및 ICBM 발사 중지 결정 취소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가 시험, 다탄두 탑재 시험 등 북한이 갖고 있는 대안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당나귀=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이 넘어가더라도 당장 파국으로 치닫기보다는 2월까지는 ‘인저리 타임’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많아요.

메아리=올 4월에 이어 이달 하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또 열겠다고 최근 북한이 예고했죠. 한 해에 두 번씩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요. 어떤 결정이 내려질까요.

콩밭에=미국과의 대화가 잘 안 풀리면서 북한이 가겠노라 으름장을 놓았던 ‘새로운 길’을 공식 천명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미국과 잘 해보려고 우리는 부단히 애를 썼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으니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논리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 보이고요. 외교가에서는 지난해 4월 전원회의에서 내린 ‘핵 시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결정을 취소할 거라는 관측도 상당합니다.

메아리=미국은 어쩌려는 심산인가요. 북한이 압박에 굴복하리라고 기대하는 건가요.

포토맥 명탐정(명탐정)=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과 관련해 자주 언급해온 말이 ‘서두르지 않겠다’와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트럼프식 대북 협상의 핵심이라고 봐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재를 쥐고 있으면 손해 보는 건 결국 북한이라는 거예요.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움) 약속을 깬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체면이 구겨지기는 하겠지만 달리 보면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계기도 됩니다. 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그래 봐야 제재 혹만 더 달게 될 거라고 경고하고 압박하는 상황인 거죠.

당나귀=북한을 굴복시키기보다는 지금 상태로 묶어두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사실상의 핵ㆍ미사일 활동 동결 상태만 유지할 수 있다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조업식 참석 모습. 연합뉴스

메아리=일요일(15일) 한국을 찾는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나요.

피톤치드=최근까지 북미 간에는 직접 소통이 없었다고 합니다. 물밑 접촉도 전무하다고 해요. 그래서 판문점 접촉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1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안보리 소집을 두고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했죠.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는 분석입니다.

메아리=내년 11월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상황을 관리하려면 ‘스몰딜’이라도 대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명탐정=주류 언론이나 민주당으로부터 대북 외교 실패로 공격 받기야 하겠지만, 대선에서는 세금이나 일자리 등 경제 이슈가 핵심이지, 외교 정책은 주요 변수가 아니라는 게 정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에 적극적인 것은 이게 경제 이슈이기 때문인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경제와 상관이 없어요. 북한이 도발에 나서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그렇게 잘 대해줬는데도 북한이 배신했다는 원성만 높아지겠죠. 오히려 북한과 어설픈 합의를 해줬다가는 공화당 내 강경파의 불만을 살 게 뻔합니다. 탄핵 정국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 표 단속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확실한 비핵화 합의가 아니면 어떤 양보도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비용만 생각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쏜다 한들 인명 피해가 없는 한 북한이 바다 속으로 돈만 날리고 있다고 비웃지 싶어요.

당나귀=빅딜이든 스몰딜이든 결국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이 내놨던 영변 핵 시설의 가치를 얼마로 쳐주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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