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총선 다음날인 13일 보수당의 압승을 예측한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후 두 팔을 들어 기뻐하며 여자친구 캐리 시몬드, 강아지 딜린과 함께 런던 보수당 당사를 떠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이행법안을 연내에 처리한 뒤 내년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도 내년 말까지 EU와 험난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보수당은 개표 완료 결과, 하원 650석 중 365석을 얻어 과반을 훌쩍 넘어섰다. 연립정부 구성 없이 단독으로 브렉시트 이행법안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존슨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에 보수당이 승리하면 크리스마스 이전에 새 의회를 구성해 EU와의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안을 통과시켜 당초 지난 3월 말에서 내년 1월 말로 연기된 EU 탈퇴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은 지난해 11월 EU와 브렉시트에 합의했지만, 지난 1월과 3월 연이어 하원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됨으로써 브렉시트 일정은 연기됐고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메이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존슨 총리는 지난 10월 기존 합의안에서 반발이 컸던 ‘안전장치(backstop)’를 폐지하고 북아일랜드는 사실상 EU 체제에 잔류시키는 내용으로 EU와 재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 재협상안조차 하원의 벽에 가로막히자 브랙시트 강경론자답게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성공했다. 존슨 총리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만약도, 예외도, 불확실성도 없이 내년 1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영국조기총선 정당별 의석 - 송정근 기자

보수당의 압승으로 브렉시트가 단행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우선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내년 말까지로 설정한 ‘전환 기간’ 중에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매듭지어야 한다. 하지만 탈퇴협정보다 더 복잡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래관계 협상이 11개월 내에 가능할지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상당하다.

전환 기간은 한 차례 1~2년 연장할 수 있지만, 영국과 EU 양측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다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이어서 또 다른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양측이 미래관계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하고 전환 기간도 연장하지 못하면 내년 말에는 또 다시 ‘노딜 브렉시트’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도 있다. 존슨 총리로서는 이제부터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이번 조기총선 결과는 영국 내 정치지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03석을 얻는 데 그친 노동당은 역대급 총선 완패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이미 조기총선을 수용한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다음 총선은 다른 지도자의 손에 맡기겠다”며 점진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패배 책임론이 격화할 경우 세대교체 등으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전보다 13석 늘어난 48석으로 제3당 자리를 굳힌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이번 총선의 또 다른 승자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SNP 대표는 “존슨이 잉글랜드를 EU에서 탈퇴시킬 권한을 갖게 됐는지 모르지만 스코틀랜드를 EU에서 탈퇴시킬 수는 없다”면서 “스코틀랜드의 미래는 스코틀랜드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움직임이 탄력을 받으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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