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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정세균 '국회의원 청문회 불패신화' 이어갈까

입력
2019.12.21 1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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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서도 ‘부적절 우려’ 많았지만… 문 대통령, 경제ㆍ협치ㆍ명분 강조 

 이낙연 지역구 출마 사퇴시한 임박, 한국당 청문회 지연전략 펼칠 듯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여의도가 들썩였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의원 출신은 청문회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낙마한 적이 없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선거제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과 갈등을 빚는 소수 정당들은 ‘총리 임명안 부결’ 카드까지 내보이며 압박 중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로 가는 데 대해 “삼권분립 원칙의 훼손이고, 의회가 정부의 시녀화를 자처하는 것”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낙연 현 총리의 ‘총선 역할론’을 기대하는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임명이 늦어져 이 총리의 복귀가 늦어질까 노심초사다. 정 후보자는 ‘의원 청문회 불패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본보 정당팀과 청와대 출입기자가 카톡방에 모였다.

 여의도 거북이(거북이)= 국회의장 출신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데 대해 각 당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론관 마이크(마이크)= 사실 총리 지명설로 정치권이 들썩이기 시작할 때는, 정 후보자 본인조차 "국회의장 출신인 내가 갈 자리가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걱정이나 반대가 많았고요. 총리설이 정 후보자의 종로 재선 도전을 흔들려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죠. 문재인 대통령도 지명을 하면서 "국회의장 출신을 모셔오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언급한 건 그런 여론의 부담을 의식한 탓이겠죠.

파랑은 동색(동색)=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 때와 비슷한 상황인 듯해요.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수석도 법무부장관으로 파격 발탁했죠. 당시에도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컸거든요.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입법기관 수장 출신을 행정부 2인자로 임명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모험을 시도하다 보니 우려가 많죠. 한국당 분위기는 더 심각하죠?

꺼진불도다시보자(꺼진불도)= 공교롭게 20대 국회의 두 국회의장이 모두 나란히 한국당의 공세를 받는 상황이 됐어요. 안 그래도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아들 총선 공천’을 보장받기 위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당 편을 들었다고 의심하잖아요. 입법부 수장이었던 정 후보자가 총리가 되는 선례까지 만들어지면, 앞으로 국회의장이 자신의 사후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중립 의무를 저버릴 수 있다는 거죠.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 총리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정세균(丁世均) 전 국회의장(69)을 지명했다.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에 발탁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 협력을 당부하며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과 악수하는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 총리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정세균(丁世均) 전 국회의장(69)을 지명했다.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에 발탁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 협력을 당부하며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과 악수하는 모습. 뉴스1

 거북이=청와대가 ‘삼권분립 훼손’을 우려하면서도 ‘정세균 카드’를 밀어붙인 배경은 무엇일까요. 

마음은콩밭에(콩밭)= 문재인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직접 지명하면서 ‘경제’와 ‘협치’를 강조했어요. 결정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정 후보자 개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 존경 등도 상당히 작용했다고 평가해요. 특히 자칫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길 수도 있었던 2012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자가 경쟁자인 자신에게 보여준 품위를 높이 산 듯하다고요. 과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시절 ‘일 처리가 깔끔하다’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점도 한몫 했죠.

마이크= 총선이 다가오는 점도 무시 못하죠. 정권과 여당은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총리는 대통령 국정운영의 동반자의 역할이 크니까요. 중도보수 성향인 정 후보자가 적임자였던 거죠. 호남 출신인 점도 작용했을 겁니다. 이낙연 총리처럼 야당의 온갖 공세를 막아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인데, 정치 베테랑인데다 야권과 스킨십이 좋은 정 후보자라면 그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봤다는 후문입니다.

동색= 하지만 민생, 경제, 통합, 화합이라는 명분이 좀 억지에 가까워 보이기도 해요. 정 후보자가 쌍용차에서 일하고, 약 1년간 산업부 장관으로 일하긴 했지만 그런 커리어를 가진 정치인 중 꼭 국회의장 출신을 택해야 했을까요. 실은 조국 사태로 큰 내홍을 겪은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치러내는 것’이 큰 숙제가 돼 있는 상황이잖아요. 이미 인사청문회 통과 경험이 있다는 점이 정 후보자의 상당한 장점이었을 수밖에 없었죠.

정세균 후보자 각 당 입장. 그래픽=김대훈 기자 2019-12-20(한국일보)
정세균 후보자 각 당 입장. 그래픽=김대훈 기자 2019-12-20(한국일보)

 거북이= 그렇다면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인사청문회 의원 불패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총리는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임명 동의안 국회 표결’이라는 산까지 넘어야 하는데 패스트트랙 정국과 맞물리면서 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요. 

꺼진불도= 일정 잡기부터 쉽지 않을 겁니다. 선거제 협상에서 제외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을 빌미로 어떻게든 청문회 늦춘다는 계획이에요. 통상 장관 후보자들은 소관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하지만 총리는 인사청문특위를 따로 꾸려야 해요. 더구나 이낙연 총리 청문회 때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 위원장은 한국당 순번이라는 점도 포인트예요. 한국당은 정 후보자가 내년 1월 16일(차기 총선 지역구 출마 공직자 사퇴 기한) 전까지 청문회와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이낙연 총리는 지역구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걸 노리고 있어요. 물론 이 총리가 사표를 내고 출마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권이 ‘총리 공백 사태’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지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 한국당은 특히 이낙연 총리의 총선 등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라도 지연 전술을 펼 듯해요. 이 총리는 황교안 대표가 신경 쓰는 라이벌 주자이고 여당 총선 전략에 상당한 역할을 할 테니까요.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입법부 수장 출신이 의전서열 5위인 행정부 2인자로 가는 자체가 국회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반대하면서 임명 저지를 위한 예열을 하는 셈이죠.

마이크= 정 후보자가 아무리 야당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중진의원이라지만 역시 국회의장 출신이란 점도 걸리네요. 가뜩이나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는 '좌파독재' '의회주의, 제1야당을 무시'하는 정부란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상황이니까요.

동색= 정 후보자가 한 차례 청문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당시(2006년) 인사청문회는 지금처럼 통과가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죠.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튀어 나올 경우 정 후보자 자신뿐 아니라 여당과 청와대에도 큰 타격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스웨덴 의료지원단 참전 기념식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스웨덴 의료지원단 참전 기념식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거북이= 당으로 복귀하는 이낙연 총리의 ‘총선 역할론’이 주목되는데 어떤 활약이 예상되나요. 

마이크= 이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1위인 만큼 여당은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것은 물론, 이 총리가 그 동안 보여 온 행보를 볼 때 중도보수층도 끌어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 총리는 공동선대위원장이 돼 이해찬 대표와 함께 여당의 선거 승리를 지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총리란 직함을 뗀 이후에도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상황이죠.

콩밭= 큰 기대감만큼이나 이 총리 역할을 두고 추측도 무성하죠. ‘정 후보자 지역구인 종로에 출마하는 것으로 이미 얘기가 됐다’거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당의 간판인 선대위원장을 이해찬 대표와 함께 맡고 비례대표로 나설 것’이라거나요. 정작 당사자인 이 총리는 자신의 의사 표현을 극도로 아끼고 있습니다. “당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겠다”면서요. 어느 자리에서 했다고 회자되는 이 발언에 이 총리의 모든 고민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총리를 막 그만두는 내가 뭘 하고 싶다고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러면 당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라고 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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