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용어를 사용해 혼란과 불편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승강장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내선순환’ ‘외선순환’이라는 표현이다.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승강장에 설치된 안내 화면에 내선순환과 외선순환이 각각 표시되고 있다.
건대입구역을 통과하는 열차 앞 부분에 열차 진행 방향과 편성 번호가 표시되고 있다.
건대입구역 성수역 방면 승강장 화면에 열차 위치와 상태가 표시되고 있다.
건대입구역 구의역 방면 승강장 화면에 열차 위치와 상태가 표시되고 있다.

“OO행 외선순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OO행 내선순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다 보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안내 방송이다. 2호선 방송과 모니터 화면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표현이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는 이용객은 많지 않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목적지 방향만 알면 그만인 승객들이 지금 들어오는 열차가 ‘외선순환’인지 ‘내선순환’인지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한마디로 ‘티엠아이(TMIㆍ과도한 정보를 뜻하는 신조어)’다.

외선과 내선의 구체적 의미는 이렇다. 지하철 2호선은 특정 지점을 왕복하는 일반 노선들과 달리 열차가 일정 구간을 우측통행 방식으로 순환한다. 따라서 반시계 방향으로 운행되는 철로가 바깥 쪽에 놓였다 해서 외선, 시계 방향은 내선으로 구분한다. 이 같은 구분 방식은 승객이 아니라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나 운영 체계상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가뜩이나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쉬운 지하철역사 내에서 승객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호선의 내선ㆍ외선 표현을 없애고 주요 6개역을 기준으로 방향을 안내하는 쪽으로 개편을 진행 중” 이라며 “다만, 업체와의 계약 문제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철도 운행상 서울역 방면을 상행, 반대를 하행으로 정한 방식 역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철도 및 지하철 노선이 확대되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위아래’ 개념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 이용객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는 진행 방향과 종착역 정도다.

23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구 이정표에 단기 주차장과 장기 주차장의 갈림길이 표시돼 있다. 단기와 장기 구분이 모호해 미리 요금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단기주차장 내부에 주차요금이 표시돼 있다.
장기주차장 진입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주차요금이 표시되고 있다.
단기와 장기, 기준이 뭔가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이 이용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혼란을 주는 사례는 더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당시부터 주차장을 ‘장기’와 ‘단기’로 구분해 운영해 오고 있다. 외국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long term’을 장기로, ‘short term’을 단기로 번역했을 뿐 그 명확한 기준은 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단기와 장기에 대한 기준은 다르다. ‘단기’를 몇 시간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이는 3~4일 정도를 단기라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기와 장기의 요금 차이는 크다. 터미널에서 먼 옥외 장기주차장은 1시간 주차요금이 1,000원이고 1일 9,000원이지만 터미널과 가깝고 옥내에 위치한 단기주차장의 경우 1시간 주차 요금이 2,400원에 하루 최대 24,000원까지 부과된다.

문제는 운전을 하면서 안내 표지를 발견한 후 단기와 장기를 충분히 해석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주차요금을 표시한 전광판이 표지판에 추가로 설치돼 있기는 하나 길이 갈라지는 지점까지 거리가 짧아 급히 차선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이용객들이 찰나의 선택에 따라 요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모호한 구분 대신 주차요금 차이를 명확하게 표시하거나 터미널과의 거리에 따라 주차장 명칭을 구분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23일 서울 성북구 종암로에 설치된 제한속도 50㎞/h 표지 뒤편으로 60㎞/h 기준의 무인단속카메라가 보인다(왼쪽 사진). 24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 치안센터 인근 천호대로 진입 지점에 40㎞/h 속도제한 표지와 해제 표지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제한속도 50km/h 표지와 단속 속도 60km/h 표지가 한 번에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종암로 모습과 종암로 구간별 제한속도. 도로에서 붉은 색으로 칠해진 부분까지 어린이보호구역에 해당되지만 제한속도는 오히려 10km/h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한속도 40km/h 표지와 해제 표지가 함께 설치된 지점 뒤편으로 경찰이 부착한 60㎞/h 단속 안내물이 보인다. 천호대로의 제한속도는 50㎞/h이다.
24일 천호대로 답십리1치안센터 부근 교통표지 제한속도와 경찰 단속 안내물 속도가 다르다.
도로 위 모호한 표지판… “어쩌라고”

서울 성북구 고려대역에서 강북구 미아사거리까지 2.1km 구간을 지나다 보면 제한속도 표시가 시속 60km와 50km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특히 각기 다른 제한속도 표시가 시야에 한꺼번에 들어올 경우 운전자는 어느 속도에 맞춰야 할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제한속도 50㎞/h인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도 갑자기 60㎞/h로 바뀌는 등 학생 안전 또한 우려된다.

이 밖에도 동대문구 답십리1 치안센터 인근 도로 위엔 제한속도 40㎞/h 를 알리는 표지와 ‘해제’를 뜻하는 표지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폭이 넓은 도로로 진출하는 구간인 만큼 제한속도 해제 표지만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서울에서 49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손복환(74)씨는 “도로 표지는 그 기준이 운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윤소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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