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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작사가는 안창호, 윤치호 아니라 최병헌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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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작사가는 안창호, 윤치호 아니라 최병헌 목사다”

입력
2020.01.01 14:37
수정
2020.01.01 18: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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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사 최병헌 초상. 정동제일교회 제공
탁사 최병헌 초상. 정동제일교회 제공

1948년 국가로 제정된 ‘애국가’의 작사가가 정동제일교회 초대 한국인 목사였던 탁사(濯斯) 최병헌(1858~1927)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애국가 작사가가 누구냐는 문제를 두고 도산 안창호(1878~1938)와 좌옹 윤치호(1865~1945)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명백한 결론 없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우익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교수는 1일 “후손들의 증언과 일부 사료를 봤을 때 최병헌 목사가 작사했던 ‘불변가(不變歌)’가 애국가의 원곡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최병헌의 증손자로 지난해 말 그간 연구성과를 모아 ‘탁사 최병헌의 개화사상과 민족운동’이란 책을 냈다.

후손들에 따르면 최병헌이 불변가를 지은 것은 그가 정동제일교회 목사로 재임(1903~1914)했을 무렵이다. 1858년 충북 제천의 몰락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최 목사는 권문세가의 자제들이 아니면 벼슬에 오르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해 개화사상과 기독교 신앙에 눈을 떴다.

그는 1888년 감리교 선교사 조지 존스(1867~1919)의 한국어 교사가 되면서 성경을 접하게 됐다. 최병헌의 한문 실력을 눈 여겨 본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는 그를 배재학당 한문선생으로 채용했다. 1903년 아펜젤러를 뒤이어 정동제일교회 초대 한국인 목사가 됐다. 이 때 이승만, 김규식 등 배재학당 출신들과 친목회를 결성했고, 이들이 해외로 떠날 때 불변가를 지어 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후손들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과 서리에도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애국가 2절 가사가 최병헌이 옛 정동교회 목사 사택에서 바라본 남산 풍경이라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당시 사택에서 남산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 보였고, 이 소나무들처럼 독립과 애국을 기원하는 마음은 변치 말자는 취지로 불변가를 지었다”며 “그가 남긴 책과 기록들에서도 소나무의 기상을 언급한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정동의 정동제일교회 안뜰에 설치된 탁사 최병헌의 흉상과 기념비. 정동제일교회 제공
서울 정동의 정동제일교회 안뜰에 설치된 탁사 최병헌의 흉상과 기념비. 정동제일교회 제공

윤치호와의 인연도 두텁다. 친일 이전 개화파 지식인이었던 윤치호는 정동제일교회 교인이었다. 최병헌보다 7살 어렸지만 둘은 막역한 사이였다. 후손들은 당시 불변가를 다 지은 최병헌이 윤치호가 쓴 황실가(‘무궁화가’) 일부 가사가 마음에 들어 윤치호 동의 하에 이를 붙였고, 그 때문에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부분이 후렴구로 남게 됐다고 봤다. 하지만 윤치호가 친일파라는 이유로 지탄을 받게 되자 애국가 작사가를 제대로 밝히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최 교수는 일제강점기 최병헌 목사의 민족운동에 주목했다. 최 목사는 독립협회를 결성했던 배재학당에서 교사로 활동하며 민중계몽운동을 추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학생회였던 협성회에서 발간하는 협성회보를 만들었고, 협성회를 주축으로 한 황성기독청년회(YMCA)를 조직해 1905년 국권을 잃자 애국계몽을 위한 강연에 나섰다. 최 교수는 “일제강점기 최병헌 목사는 의병활동 등 폭력적 방법보다는 기독교를 통해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민족운동을 펼쳤던 인물이다”라며 “그를 통해 일제강점기 종교의 역할과 의미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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