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창작물을 수입하더라도 제목만은 우리말로 창조할 수 있다. ‘겨울왕국’이 그랬다. 참고로 ‘겨울왕국’의 일본 제목은 ‘안나와 눈의 여왕’이고 중국어 제목은 ‘冰雪奇缘(얼음눈의 기이한 인연)’이다. 영화 ‘겨울왕국2’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의 흥행과 비평에서 속편이 본편을 능가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겨울왕국 2’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6년 전 ‘겨울왕국’이 국내 1,0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한국어 제목이 성공 요인으로 거론되었다. 이 영화의 원제는 형용사 ‘프로즌(Frozen)’이다. 우리말로는 ‘얼어버린’쯤 되는데 뭔가 어색하니 그냥 ‘프로즌’으로 개봉해도 될 터였다. ‘프로즌’은 세 음절이라 길이도 알맞다. 하지만 수입사는 영화의 내용이 담긴 멋진 우리말 제목을 붙였다.

여전히 많은 수입 영화는 영어 발음을 제목으로 쓴다. 올해 미국 오스카상을 노리는 ‘기생충’의 경쟁작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다. 너무 길어 읽기도 힘든 영어 제목을, 그것도 줄임표까지 깨알같이 그대로 옮겼다.

우리말 제목 중엔 실패한 것도 있고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처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society’를 ‘사회’라고 직역했지만 여기서는 ‘모임’이라는 뜻에 가깝다. 원제는 영화 속의 ‘죽은 시인회’라는 모임에서 따왔는데 우리는 그걸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직역했다. 주제를 살린 번역이라는 주장도 있고, 무성의한 직역이라는 비판도 있다. 좋은 번역의 대표적 사례는 1970년 ‘부치 캐시디 앤드 선댄스 키드’이다. 국내 제목은 ‘내일을 향해 쏴라’.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 제목을 베꼈다.

세계화 시대에 제목을 번역할 이유가 있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읽기 어렵거나 뜻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번역이 필요하다. 외국의 창작물을 수입하더라도 제목만은 우리말로 창조할 수 있다. ‘겨울왕국’이 그랬다. 참고로 ‘겨울왕국’의 일본 제목은 ‘안나와 눈의 여왕’이고 중국어 제목은 ‘冰雪奇缘(얼음눈의 기이한 인연)’이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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