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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다 소방관 보내달라”,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치닫는 호주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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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다 소방관 보내달라”,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치닫는 호주 산불

입력
2020.01.08 21:31
수정
2020.01.0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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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2일 산불로 발생한 거대한 연기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AP 뉴시스
호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2일 산불로 발생한 거대한 연기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째 지속된 호주 산불이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8일 CNN을 비롯한 각종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은 호주 6개 주에 걸쳐 730만 헥타르를 넘어섰다. 유럽의 벨기에와 덴마크를 합한 면적보다 넓다. 지난해 브라질 아마존 열대 우림 화재(700만 헥타르)와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40만 헥타르)의 피해를 웃도는 막대한 규모다. 이중 상황이 가장 심각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전체 피해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90만 헥타르가 불탔다. NSW주에서만 100여곳의 불길이 잡히지 않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사망자 수는 최소 25명으로 집계됐다. 또 2,000여 채의 가옥이 불에 타거나 무너졌다. dpa 통신에 따르면 호주 보험위원회는 “주택 파괴를 포함한 보험금 청구 건수가 9,000건을 넘어섰고, 현재까지 피해 청구액은 7억 호주 달러(약 5,65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9년 2월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사흘간 발생한 산불로 173명이 숨져 인명 피해는 당시가 더 컸지만 산불의 지속기간이나 피해 면적, 향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번 산불이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동물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허핑턴포스트는 시드니 대학의 생물다양성 전문가 크리스 딕먼의 발언을 인용해 “10억 마리의 야생 동물이 죽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랜 산불로 수도 캔버라를 비롯한 호주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지수는 평소보다 11배 이상 악화돼 전세계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호주 현지 소식통은 “코알라 4만 마리 가운데 절반 가량이 불에 타 죽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호주는 소방관 2,000여명을 NSW에 집중 투입했고 소방관 100여명을 보낸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세계 각국에서 소방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고온과 건조한 기후, 세찬 바람 등 산불 진화를 가로막는 열악한 자연조건까지 겹쳐 끝을 알 수 없는 사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 여왕이 영연방 국가인 호주에 구호 지원금을 보냈지만 호주 국민들은 “차라리 소방관을 보내달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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