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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업 강사 임금 차등은 차별’ 판결에도… 교육부 “사립대 개입 어렵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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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업 강사 임금 차등은 차별’ 판결에도… 교육부 “사립대 개입 어렵다” 외면

입력
2020.01.10 04:40
수정
2020.01.10 12:4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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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8만원 받을 때 비전업 3만원… 2011년 시작된 강사 임금 차별

국립대 예산 증액 개선 나섰지만 사립대는 체불임금 문제 등 회피

“전업·비전업 강사 강의료 차등 개선 기회…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국비정규교수노조원들이 지난 6일 청와대 앞에서 강사 고용 안정을 위한 정부 재정 확대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원들이 지난 6일 청와대 앞에서 강사 고용 안정을 위한 정부 재정 확대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강사 A씨는 2014년 다른 직업이나 소득 없이 강의에만 전념하는 ‘전업’ 강사로 국립 안동대와 강의계약을 맺었다. 당시 강의료는 시간당 8만원. 그러나 학기 시작 한달 뒤 학교는 A씨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등록돼 부동산 임대수입이 있는 사실을 알았고, 그에게 ‘비전업’ 시간강사료인 시간당 3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첫 달 지급된 강사료에 대해서도 비전업 강의료를 제외한 차액 약 40만원을 반환하라 요구했다. A씨는 이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과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내용과 무관한 전업ㆍ비전업 여부를 이유로 강의료에 차등을 두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차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안동대의 처분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고, 지난해 10월 대구고등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2011년 국공립대 강사 인건비 개선 과정에서 ‘강의만 하는 전업강사의 처우가 더 열악하다’며 강의료를 차등책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전체 강사의 48.4%(3만6,846명ㆍ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비전업 강사에 대한 임금 차별이 시작됐는데, 약 10년만에 이를 시정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판결로 시간강사들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강사임용이 대부분 마무리된 9일 현재까지도 대학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차등을 없애기 위해 내부 규정을 검토 중”(서울대)이라는 곳이 있는 반면, “전업 9만300원, 비전업 3만3,600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차이 나는 강사료 지급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서울과학기술대)는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기대 관계자는 “예산 사정상 한계가 있어 불가피하게 차등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국립대는 올해 시간강사 차별시정을 위해 증액된 예산(188억원)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립대 역시 비슷한 차별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대는 최근 전업 7만7,000원, 비전업 5만6,000원의 강의료 차별을 시정하라는 강사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권오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 분회장은 “비전업 강사들이 판결에 따라 문제제기를 할 경우 약 3년치의 체불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를 피하려는 사립대 법인들은 차별시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교육부 대학강사제도 정책지원팀 관계자는 “판결은 국립대에 대한 것이며, 사립대의 자율적 강의료 결정에는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대학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지 않는다면 시간강사 처우개선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전 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전업ㆍ비전업 구분이 차별이라는 점은 법리상 국공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판결로 인한 임금 하향평준화나 고용축소를 방지하려면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차별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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