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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ㆍ자사고 폐지 뒤집으면 어쩌나” 고민 커지는 초4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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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ㆍ자사고 폐지 뒤집으면 어쩌나” 고민 커지는 초4 학부모

입력
2020.01.12 15:49
수정
2020.01.12 18:5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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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외고 등 폐지를 앞두고 일찌감치 초등학교 4학년 부모들의 고민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의 학원가 모습. 배우한 기자 /2020-01-01(한국일보)
2025년 외고 등 폐지를 앞두고 일찌감치 초등학교 4학년 부모들의 고민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의 학원가 모습. 배우한 기자 /2020-01-01(한국일보)

초등 3, 4학년 아들 둘을 둔 초등학교 교사 김장현(가명·38)씨는 최근 정부 교육정책 발표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첫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에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면서 올 겨울방학 계획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 정책이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아내와 ‘흔들리지 말자’고 서로 다독인다. 정권 바뀌면 교육정책이 또 바뀔 수 있어 ‘일단 두고 보자’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 6일로 종료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는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2022년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 특목고를 되살리는 내용으로 교육법 시행령을 손볼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도 강하게 작용하면서다. 현 정부의 입장(일반고 전환)이 확고하지만, 새로운 정권이 특목고를 유지하는 ‘유턴 신호’를 줄 경우엔 또 다른 혼선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아직 입시가 멀다고 느낀 초등학교 학부모, 특히 일반고 전환 시점에 아이의 고교 입학을 맞는 초등 4학년 부모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지영(가명·41)씨는 초등 4학년 아들이 방학을 맞은 지난 주부터 영재고 면접 대비 독서논술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일반고 전환 발표에도 특목고 준비에 발을 담근 것이다. 그는 “특목고 진학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나이가 초등 5학년”이라면서 “정부 발표가 언제 뒤집어질지 몰라 학원이나 학부모 사이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기, 광주, 세종, 서울 등 시도교육청이 사교육 축소를 목표로 실시하는 중학교 자유학년제가 초등생의 선행, 심화학습을 오히려 부추길 거란 전망도 이어진다. 특목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든, 아니면 그대로 남든 초등부모 입장에서 ‘선행’을 손 놓기 힘든 상황이란 얘기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 지필고사가 없다. 아이의 객관적인 성적을 알 수 없는 부모가 불안한 심리로 선행학습을 더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외고 자사고 출신의 명문대, 의대 입학률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정부가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현장에서는) 2025년전까지는 특목고 제도가 유지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 학교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녀의 영재고, 과학고 입학을 목표로 하는 초등학생 학부모에게 정부의 일반고 전환 발표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 수석연구위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심화수업에 관심을 두는 학부모는 영재고, 과학고를 목표로 한다. 이 학교들의 입시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선행 심화학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어도 영재고 과학고 지원자 숫자가 갈수록 늘면서 선행, 심화학습을 위한 사교육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정부 이번 대책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과학영재학교 및 과학예술영재학교 지원현황에 따르면 서울과학고 등 8개 영재고, 과학고(789명)에 지원한 학생 수는 2018학년도 1만1,055명에서 2019학년도 1만1,387명, 2020학년도 1만2,085명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임 대표는 “최근 입시의 중심이 명문대 입학에서 의대, 치의대 입학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영재고 과학고 지원자 숫자가 의대·치대·한의대 전국 입학생 4,500명, 2022년 부활하는 약대 입학생 1,500명을 다 합쳐도 2배 가량된다. 당분간 초중등학생의 선행, 심화학습이 계속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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