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의 인사를 보면, 그 배경과 평가에 대한 설명으로 ‘두루 경험한 전문가’라는 구절을 흔히 볼 수 있다. 공무원처럼 한 보직을 1~2년씩 맡는 순환보직의 경우 어떤 묘사가 합리적일까? ‘두루 경험’에 방점을 둘 것인가, ‘전문가’에 방점을 둘 것인가. ‘두루 경험’한 이보다는 한곳에서 열심히 한 이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일에 알맞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그에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기는 것을 적재적소(適材適所)라 한다. 인사에 있어서는 매우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적재적소의 원칙이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조직이 흥하기도 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데 좋은 재능을 가진 유능한 인재(人材)는 어느 자리에서든 높은 성과를 낼까? 대답은 “아니요”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적소에 배치되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분야가 세분화, 전문화되어 있고 특정 영역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 된다.

한데 좋은 재능을 가진 유능한 인재를 중요한 자리마다 ‘돌아가며’ 쓴다면 그것도 적재적소라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차라리 ‘회전문 인사’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구시대적 사고 방식으로 ‘훌륭한 인재’를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는데 집중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그것이 조직과 고객에게 끼치는 피해는 이루 다 말로 할 수가 없다.

변화와 융합이 무수히 일어나는 지금,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전문가’란 옛말이다. 때문에 ‘자리’마다 요구하는 역량과 전문성, 그리고 윤리적, 도덕적 잣대를 먼저 고민하고 그 역할과 기준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덕망을 갖춘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사람이라도 나아간 자리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해군 대장이 육군 대장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한데 정부기관의 인사를 보면, 그 배경과 평가에 대한 설명으로 ‘두루 경험한 전문가’라는 구절을 흔히 볼 수 있다.

공무원처럼 한 보직을 1~2년씩 맡는 순환보직의 경우 어떤 묘사가 합리적일까? ‘두루 경험’에 방점을 둘 것인가, ‘전문가’에 방점을 둘 것인가. ‘두루 경험’한 이보다는 한곳에서 열심히 한 이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두루 경험한 관리자’가 필요하기도, 특정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과거에는 이것도 저것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둘 다 잘하는 선수는 별로 없다.

사실 공무원 채용 못지않게 공공기관 채용에서도, 고위공직자 인사 등 여러 인사 사례에서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 등의 논란에 싸이는 경우가 많다. 그 기준은 ‘두루 경험한 전문가’가 아닌 진짜 ‘전문가’인가 하는 점이 굉장한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하지 않는가.

자리를 보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내 편 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뽑아야 한다.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여러 가지 문제 전문가’는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두루 경험한 전문가가 인사도 잘 할 수 있을까. 두루 경험한 전문가가 연구도 잘 할 수 있을까. 두루 경험한 전문가가 정책도 잘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관점에서 깊이 천착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멋있게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기업에서 이런 인사는 거의 볼 수 없다. 훌륭한 전문가를 “기업에서는 기업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인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확보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부터 빅데이터ㆍ인공지능(AI) 활용까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왔다. 좋은 인재 확보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가의 경쟁력을 책임지는 공적인 지역에서 실험삼아 하는 인사, 한번 맡겨보는 인사는 바람직한 것인가? 이것을 어떤 인사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

개방성과 전문성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사를 기용해야 내일을 열어갈 수 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