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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미래는… 공고한 신동빈의 ‘뉴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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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미래는… 공고한 신동빈의 ‘뉴 롯데’

입력
2020.01.19 16:53
수정
2020.01.20 00: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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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총괄 신동빈 ‘원톱’체제, 지배구조 개편이 변수

독자 그룹 경영권 유지 위해 호텔롯데 상장 속도 낼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지만 2015년 ‘왕자의 난’ 이후 굳어졌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톱 체제’는 크게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신 명예회장이 왕자의 난 이후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다, 그가 가지고 있는 롯데 지분율도 경영권 변동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6월 열린 롯데홀딩스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무난하게 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신 회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더구나 공동 대표이사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비롯한 일본 쪽 ‘친 신동빈’ 경영진의 지지를 받고 있는 터라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불안 요소는 있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여전히 경영권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 롯데를 나눠 경영하자는 의미를 담은 제안을 지난해부터 계속해왔다. 그러나 2015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에서는 신 회장이 모두 완승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 0.4%

재계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0.4%에 불과하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롯데그룹 경영권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13.9%), 임원지주회(6%) 등이다. 이 중 광윤사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최대주주라는 얘기다.

그러나 종업원지주회와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은 신 회장을 지지하는 우호 세력이다. 이들의 지분율을 합하면 53.9%이며 여기에 신 회장의 지분율 4%를 합산하면 57.9%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 전 부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와 본인 지분을 합쳐도 29.7% 밖에 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의 지분율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종업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받는 신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더구나 법원의 결정에 따라 신 명예회장이 한정후견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신 명예회장 지분율이 신 전 부회장에게 100% 넘어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지분 구조. 그래픽=박구원기자
롯데그룹 지분 구조. 그래픽=박구원기자

◇경영권 키 쥐고 있는 일본 경영인

결국 롯데그룹 경영권의 열쇠는 쓰쿠다 다카유키 등 일본인 현지 경영자들에게 달렸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쓰쿠다 사장 등은 신 회장이 지난해 2월 구속됐을 때도 신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둬들이지 않고 그의 한일 롯데 통합경영권을 인정해줬다. 올 6월 26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도 신 회장은 무난하게 이사로 재선임됐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이사 선임이 불발돼 경영 복귀가 무산됐다.

그러나 지분구조상 신 회장의 독자적인 그룹 경영권 유지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19.07%)인 데다, 롯데홀딩스가 100% 지배하는 L투자회사의 지분까지 합치면 99%를 보유했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41.42%), 롯데케미칼(12.68%), 롯데물산(31.13%), 롯데알미늄(25.04%), 롯데상사(34.64%), 롯데캐피탈(26.60%), 롯데지알에스(18.77%)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에서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를 장악한 쓰쿠다 사장이 만약 신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철회하면 신 회장의 경영권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이 면세점 부정 청탁 혐의로 법정구속 됐을 때도 일본인 현지 경영인들이 독자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법정구속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도 일본인 현지 경영인들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않았다”며 "창업주 신 명예회장이 별세했다고 해서 기존의 지지 의사를 갑자기 철회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홀딩스는 특히 지난 2월 신 회장을 1년 만에 대표이사에 앉히면서 “예측 불가능한 세계 경제와 디지털화에 따라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를 성장시켜 온 신 회장의 경영 수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며 신 회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지배구조 개편이 변수

신 회장은 독자적으로 한일 롯데그룹 통합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왕자의 난 이후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우선 한국 롯데 내 75만개에 달하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모두 해소하고, 그룹의 뿌리인 롯데제과를 분할해 롯데지주 회사를 출범시켰다. 롯데를 떠받치는 ‘두 기둥’으로 꼽혀온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을 각각 2017년과 2018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그룹의 지주 체제는 점차 안정화하고 있다. 현재 총 91개 계열사와 자회사 중 롯데지주에 편입된 건 62개다.

문제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와 그 계열사를 롯데지주 울타리 안으로 어떻게 들여 오느냐다. 이 작업을 위해 롯데는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롯데는 시중의 자금을 끌어들여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호텔롯데 상장은 본 궤도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2016년 검찰의 대대적인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로 상장 절차가 중단됐고, 2018년에는 신 회장의 구속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 동력이 손실됐다.

다만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그룹 지분율이 크게 떨어진 데다, 일본인 경영진이 여전히 신 회장에 지지 의사를 표하고 있어 ‘신동빈 원톱 롯데 체제’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등 롯데의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편 노력이 신 회장의 경영권 기반을 굳혀주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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