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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센 강을 거닐던 보통 사람의 눈으로 그림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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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센 강을 거닐던 보통 사람의 눈으로 그림을 보라”

입력
2020.01.20 14:00
수정
2020.01.20 20:4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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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미술관 후기 인상파전

폴 시냑, '예인선, 사모아의 운하', 1901
폴 시냑, '예인선, 사모아의 운하', 1901

모네, 르누아르, 고갱, 세잔 등 인상주의라면 떠올릴만한 거장들의 그림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이 소장한 ‘인상주의 컬렉션’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옮겨온 ‘모네에서 세잔까지 -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전’이다. 4월 19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는 인상주의의 대표적 회화 작품 뿐 아니라 판화, 소묘 작업까지 포함해 총 106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에드가 드가, 장애물 경마 있는 스튜디오 내부, 1880-1881. 예술의전당 제공
에드가 드가, 장애물 경마 있는 스튜디오 내부, 1880-1881. 예술의전당 제공

이스라엘 박물관이 인상주의 작품을 대거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조국 이스라엘을 위한 유대인들의 충정이었다. 순회전 책임자 시반 에란 레비안은 “이스라엘 문화의 강성을 바라는 전세계 유대인들의 기증 덕분에 인상주의 컬렉션을 대규모로 소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의 대표작이자 인상주의 작품의 특성을 잘 드러내주는 것으로 유명한 모네의 ‘수련연못’ 또한 “유명 유대인 영화감독의 기증작”이라고 덧붙였다.

기증의 힘의 강력하다. 인상주의 작품은 다량 제작된데다 현대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아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 마다 제 나름의 인상주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판화와 소묘까지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레비안이 “인상주의 전시는 많지만, 전시 구성 상으로는 아마 첫 시도일 것”이라 자신하는 이유다. 아쉽게도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고흐의 작품은 다른 순회전으로 이번 전시에 포함되지 못했다.

알프레드 시슬레, 생 마메스의 루앙 강에 있는 바지선, 1885
알프레드 시슬레, 생 마메스의 루앙 강에 있는 바지선, 1885

‘인상주의’란 표현은 알려진 대로 처음엔 비꼬는 뉘앙스였다. 1874년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드가 등 독립적인 작가들이 전통적인 파리 살롱전 전시를 거부한 뒤 1886년까지 파리에서는 8차례에 걸쳐 독립적인 전시회를 연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충격을 불러왔다. 역사, 신화, 영웅 등을 소재로 멋지게 그려내는데 치중했던 기존 그림들과 달리, 이들 화가들은 지나치게 평범한 사람들이나 풍경을 다룰 뿐 아니라 표현방식도 정교하지 않은 거친 붓질을 가미해서다. 이 전시에 충격을 받은 한 비평가는 “이것은 단지 ‘인상주의’에 불과하다”라며 조롱했다. 인상주의에는 척 보고 쓱 그린 이게 무슨 그림이냐는 비아냥이 담긴 셈이다. 이 ‘인상주의’는 결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널리 사랑 받는 사조로 남게 됐다.

인상주의 작품들의 생명력은 시대와의 조응에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불어 닥치던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가들은 달라진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아카데미의 전통적 취향에서 이탈해 노동 현장, 중산층의 새로운 여가생활, 자연환경 등을 소재로 삼았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다”던 평가는 거기서 나왔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모네에서 세잔까지 -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전' 기자간담회 뒤 애프랏 아하론(맨 왼쪽부터) 이스라엘 박물관 큐레이터, 시반 에란 레비안 이스라엘 박물관 순회전 책임자, 컬쳐앤아이리더스 강미란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모네에서 세잔까지 -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전' 기자간담회 뒤 애프랏 아하론(맨 왼쪽부터) 이스라엘 박물관 큐레이터, 시반 에란 레비안 이스라엘 박물관 순회전 책임자, 컬쳐앤아이리더스 강미란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인상파 화가들의 천착했던 주제, 곧 수경과 반사, 자연과 풍경화, 도시풍경, 정물화, 초상화 등 다섯 주제로 나눠 선보인다. 레비안은 “물결에 일렁대는 빛을 보며 센 강을 거닐고, 새로 지어진 공장과 굴뚝의 연기를 바라보며 다니며 건초더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을 구경하던 그 때 그 화가들의 시점으로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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