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공소장으로 드러난 구명운동 백태

“유재수가 있어야 금융위 잡을 수 있다” 주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4일 사의를 밝히고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친문 인사들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을 촉구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20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조 전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유 전 부시장이 2017년 10월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은 사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감찰 결과로 드러났다.

그러자 유 전 부시장은 윤 전 실장과 김 지사,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을 상대로 자신의 구명운동을 벌였다.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 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국장이 됐는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면서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친문 인사들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접촉해 유 전 부시장을 봐줄 것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지사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수차례 연락해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라며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윤 전 실장 역시 백 전 비서관에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해 나와 가까운 관계다”라고 언급했다. 천 행정관도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에게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 전 부시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특별감찰반은 감찰 도중 드러난 금품수수액이 1,000만원이 넘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운데다, 감찰을 멈추더라도 수사를 의뢰하거나 감사원 또는 유 전 부시장의 소속기관인 금융위에 비위 사실을 이첩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공소장에 “조국 전 민정수석은 추가 감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더라도 당시까지 감찰 결과와 함께 감찰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를 첨부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거나 최소한 관계기관에 이첩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조 전 장관은 특별감찰반뿐 아니라 금융위의 감찰, 징계, 인사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감찰이 중단된 이후 감찰 담당 비서관인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배제한 채, 백 전 비서관을 통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구체적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인사에 참고만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유 전 부시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하는 데도 일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을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보내도 되느냐”는 문의에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통보했다. 유 전 부시장은 이 같은 통보에 따라 금융위에서 명예퇴직했고,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까지 지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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