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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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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성공합니다”

입력
2020.01.23 15: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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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노동계와 광주시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시가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노동계와 광주시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시가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지요. 그래야 성공합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의 말은 짧았지만 단호했다. 노사상생을 가치로 삼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한 축으로서 노동계를 대표했던 그는 초심을 강조했다. 윤 의장은 지난해 9월 말 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광주시와 신뢰관계가 깨졌다”며 노동계의 사업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지금껏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다. 시가 바뀌길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무너졌고, 지난 20일 그는 침묵을 깼다.

“과연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녔는지,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계와의 협조 관계를 이끌어갈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윤 의장은 시가 그간 광주형 일자리 적용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설립을 위한 투자협상 과정에서부터 드러낸 비밀주의식 행정과 ‘노동계 패싱’ 기조를 버리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윤 의장은 “노사상생의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이라는데, 노동계가 관련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하면 시에선 없다고 안 준다”며 “노동계가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한 데 대해서도 지금까지 진솔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노동계는 지난해 9월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원ㆍ하청 관계 개선’과 ‘노사책임경영(노동이사제)’ 도입 방안, 친환경 공장 건설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자문위원회 구성, 적정임금(평균 3,500만원) 2배 이내로 임원 임금 적용 등에 대한 시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표적인 게 노동이사제 도입이다. 윤 의장은 “노사상생발전협정서엔 사측은 주요 경영정보를 수시로 공개하고 사안에 따라 노동계와 성실히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이건 노동이사제를 풀어서 설명해 놓은 것”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시가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인 시의 이런 태도는 2대 주주 현대차에 끌려 다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윤 의장은 “지난달 공장 기공식을 앞두고 불참을 선언한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시가 시민자문위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관련 공무원들이 현대차에 불려가 이 문제로 호되게 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탓에 윤 의장은 “현재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형 일자리도, 상생형도 아니다”며 “이대로 가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 윤 의장은 광주글로벌모터스 직원 채용 후 예상되는 노조 설립 및 노사 관계 문제를 걱정했다. 노조 임금인상 요구→ 사측 거부→ 노조 파업→ 현대차 사업 포기→ 공장 폐쇄→ 노동자 실직 등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윤 의장은 “공장이 들어설 광주빛그린산업단지 내에 노사동반지원센터나 노동인권회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한 것도,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충분한 교육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적정임금을 이해시키고 노사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작 시는 노동계가 건물이나 지어달라고 한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지역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월 이후 청와대와 국회로 달려가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실태를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도 결국 이용당했죠.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상생형 일자리라고 칭송하는 정부와 여당은 반성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경제 미래가 걸려있다”고 의미를 붙였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여전히 갈 길이 먼 현재진행형이란 얘기였다.

광주=글ㆍ사진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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