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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전태풍의 고백 “악성 메시지에 그만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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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전태풍의 고백 “악성 메시지에 그만 두고 싶었다”

입력
2020.01.20 15:57
수정
2020.01.20 18: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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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풍이 19일 올스타전에서 SK 구단 마스코트로 변신했다. KBL 제공
전태풍이 19일 올스타전에서 SK 구단 마스코트로 변신했다. KBL 제공

프로농구 귀화 선수 라건아(31ㆍKCC)가 지속적인 인종 차별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공개한 이후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36ㆍKGC인삼공사)도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파문이 커지자 한국농구연맹(KBL)은 외국인 선수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찾기로 했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이 인종 차별을 담은 혐오 발언에 노출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로 KBL 무대를 밟은 ‘하프 코리안’ 전태풍(40ㆍSK)도 예외는 아니었다. 귀화 혼혈 선수 중 한국말을 가장 열심히 배우고, 팬들과 열심히 소통했던 전태풍마저 10년 넘게 인신 공격성 메시지에 시달렸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그에게 악성 메시지는 상처로 남았다. 2019~20시즌 후 은퇴를 예고한 전태풍은 “나쁜 메시지 때문에 은퇴하고 싶었다”며 “농구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10년 동안 참아왔는데, 이제는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이번 시즌엔 악성 메시지를 한번 받았지만 오리온(2012~13ㆍ2013~14) 시절엔 정말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태풍은 라건아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미국 출신 라건아는 2012년 미주리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울산 모비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와 함께 모비스의 3연속 우승을 이끌었고, 2018년 1월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뽑혀 특별 귀화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골 밑을 든든히 지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1승을 한국 농구에 선물했다.

전태풍이 올스타전에 오토바이를 끌고 입장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전태풍이 올스타전에 오토바이를 끌고 입장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전태풍은 “라건아 얘기를 듣고 많이 격려해줬다”며 “다른 나라의 문화나 사람을 잘 모르고 무시하려는 나쁜 사람들이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 혼자서 잘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어렵다. 라건아는 성장한 과정이 달라 더 힘들다”고 말했다. 라건아보다 먼저 악성 메시지를 경험한 그는 “10년 넘게 지내면서 많이 참고, 이해하려는 방법을 배웠다”며 “이제 난 아이가 셋 있는 아빠”라고 강조했다.

서툴고 솔직 담백한 한국말 인터뷰, 미국 농구 명문 조지아공대 출신의 화려한 기술과 쇼맨십으로 프로농구의 흥행을 견인한 전태풍은 KBL이 10개 구단과 함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각종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을 반겼다. 그는 “선수한테 만약 나쁜 메시지가 오면 신고하도록 한 건 잘한 일”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팬들이 선수들을 한번 더 생각해주고, 선수들도 팬들을 조금 더 이해하면 서로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 후 ‘100% 은퇴’라고 거듭 강조한 전태풍은 “그래도 농구를 좋아하는 팬들, 착한 팬들이 있어 이렇게 3~4년은 더 뛸 수 있었다”며 “나쁜 생각은 안 하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 올스타전에 많은 팬들이 찾은 것도 혹시 나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온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본다”고 웃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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