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늦춰진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에선 반도체 중심의 DS와 가전 위주의 CE, 스마트폰 초점의 IM 부문 등 3명의 주요 부문장은 유지시키면서도 핵심 파트의 사업부장은 새 얼굴로 기용하면서 세대교체 방침도 분명히 했다. 스마트폰 중심의 무선사업부장에 ‘차세대 리더’로 꼽혀온 노태문(52) 사장을 투입한 게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회사 및 DS부문 경영지원실장에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 인사를 각각 중용하면서 사업 조율 및 관리 강화의 의지 또한 내비쳤다.

◇50대 초반 사장에 휴대폰 맡겨

삼성전자는 이날 승진 4명, 위촉업무(보직) 변경 5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통상 12월 첫째주에 진행됐던 인사이지만 이번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과 노조 와해 개입 혐의를 받던 이상훈 이사회 의장의 법정구속 등 잇단 악재로 지연됐다.

이번 인사로 2017년 말 구축된 3개(DS·CE·IM) 부문 대표 체제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회사 핵심 경영진이 동시에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대내외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은 만큼 대표이사들을 유임해 경영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경훈(58)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부사장)이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확대 성과를 바탕으로 사장 승진한 점은 삼성전자 인사의 핵심원칙인 신상필벌이 적용된 결과란 분석이다.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중도 감지된다. 3인 대표들이 부문장과 함께 겸임했던 핵심 보직이 후배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우선 김기남 부회장이 겸임하던 종합기술원장은 황성우(58) 부원장(부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물려받았고, 고동진 사장이 맡았던 무선사업부장은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에게 넘겨졌다. 김현석 사장이 내려놓은 생활가전사업부장 후임자는 이르면 21일 발표될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에서 결정된다. 삼성전자 매출(지난해 추정치 기준)의 36.8%와 23.9%를 각각 책임지는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이 50대 젊은 인물들에게 양보된 셈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수장 교체로 대대적 전략 수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노 사장은 1997년 삼성전자 입사 이래 줄곧 휴대폰 개발 및 혁신에 전념하면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온 인물이다. 회사 내부에선 갤럭시S-갤럭시노트-폴더블의 핵심 라인업 3종 중심의 스마트폰 사업을 폴더블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비중 있게 검토되고 있다. (본보 1월15일자 1면)

◇미전실 출신 재무전략통 중용

이번 인사에선 재무·기획·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실장 인선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인 경영기획실장(사장)에 승진, 발탁된 최윤호(57) 사업지원TF 부사장이 눈에 띈다. 사내 대표적인 재무관리 전문가로 꼽히는 최 사장은 미전실 내 핵심부서인 전략1팀 출신으로, 2017년 미전실 해체 이후 대체 조직으로 신설된 사업지원TF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는 평이다. 최 사장은 TF에서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장과 함께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재작년 신설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엔 박학규(56) 삼성SDS 부사장이 승진 이동했다. 박 사장 역시 미전실경영지원팀장을 역임하면서 재무와 전략에 두루 밝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지난해 큰 타격을 받은 반도체 매출 회복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0대 초반 젊은 사장에게 사업부장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기술 기반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게 했다”며 “경영 전반의 폭넓은 경험과 전략적 사업 능력을 중시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했다”고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인용(63)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은 대외업무(CR)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언론인 출신인 이 사장은 미전실과 삼성전자에서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했다. 전임 CR 책임자인 윤부근 부회장은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 등 삼성전자 3인 대표 체제(2013~17년)를 이끌었던 이들과 함께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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