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상 납득 어려워” 후보 사퇴 간접 촉구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아버지 지역구인 의정부갑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공천 세습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급기야 문 의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공정이 지금 시대정신인데 부모가 현역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자녀가 같은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구를 넘어 전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에서까지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불공정성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문석균 예비후보는 지역위원회의 상임부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지역구 승계를 받는 인물이 지역위원회의 핵심 직책을 맡고 있는 경우 다른 인물이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씨가 “아빠 찬스는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것이다.
부모의 지역구를 바로 이어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김 최고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현재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이렇게 이어받는 경우는 현재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씨는 아버지 문 의장이 2018년 7월 취임한 직후 자신의 아들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으로 전입시켜 자녀 교육을 위해 ‘아빠 찬스’를 이미 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의장 측은 “문씨가 10년가량 서초구 반포동에 살았다. (문 의장 공관으로 함께 전입한) 며느리가 연로하신 시부모를 모시는 것은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내 의원들이나 지도부 중에서도 (문씨와 관련한) 이런 논란에 우려를 보여주는 분들이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문씨를 향해 “어느 정도 당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스스로 예비후보에서 물러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문씨는 17일 의정부갑 지역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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