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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축구특별시 자존심 되살리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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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축구특별시 자존심 되살리러 왔습니다”

입력
2020.01.21 15:56
수정
2020.01.21 16:4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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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인터뷰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구단 사무실에서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고 있다. 대전=김형준 기자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구단 사무실에서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고 있다. 대전=김형준 기자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 행정가로 돌아온 ‘진돗개’ 허정무(65)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요즘 구단 틀을 새로 짜고 시즌 개막까지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옛 향수’의 기억을 더듬는다. 유럽 무대를 누비던 1980년대 PSV 아인트호번(네덜란드) 시절 매 경기 관중이 가득 들어찼던 경기장 분위기를 떠올려보고, 2000년대 초반 ‘적장’으로 대전을 찾았을 때 위압감을 느꼈던 대전 팬들의 대단했던 열기를 기억하며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 고민해본다.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허정무 이사장은 “최근 모친상을 치러 자리를 비웠더니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면서도 “PSV아인트호벤 시절부터 그려왔던 축구행정을 대전에서 펼칠 수 있게 돼 설렘도 크고, 부담도 상당하다”고 했다. 1월 초 대전에 거처를 마련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는 “2000년대 초반 ‘축구특별시’로 이름 날린 대전 축구의 위상을 하루빨리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은 팍팍한 살림에 스타선수 하나 사들이기 어려운 팀이었지만, 2003년 김은중(41) 이관우(42) 최은성(49)을 앞세워 홈 승률을 높이며 평일 최다관중 4만3,770명(2003년6월18일)을 끌어들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허 이사장도 그 무렵을 떠올린다. 그는 “전남 감독 시절 대전에 오면 팬들이 워낙 많아 위축됐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대전의 축구 인프라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데다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대전시티즌이 평일 최다 관중을 기록한 2003년 6월 18일 울산현대와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대전시티즌이 평일 최다 관중을 기록한 2003년 6월 18일 울산현대와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그의 어깨는 무겁다.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인데다, 하나금융그룹의 인수 과정에서 경기장은 물론 주변시설 운영권도 넘겨받았다. 지방자치단체로선 경기장 운영적자 부담을 덜 수 있고, 구단은 경기장 대관료를 줄이면서 경기장 안팎 시설을 활용해 활발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대구에 이어 또 하나의 좋은 본보기를 만든다면 다른 K리그 구단 행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허 이사장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날은 1년에 많아야 20일 정도”라며 “비(非)영업일에도 경기장에 시민들이 몰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뛰었던 네덜란드 구단들의 ‘상술’이 좋았다”며 “약 40년 전에도 경기장엔 쇼핑몰이나 식당이 활성화돼 경기가 없는 날에도 사람이 몰렸고, 경기 날엔 먹고 마시고 즐길 거리가 다양해 팬 만족도도 높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어린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는 “경기장 주변에 어린이집만 100곳 정도고, 마침 어린이회관도 월드컵경기장에 입점해 있다”며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면서, 점차 대전은 물론 세종시나 대전과 인접한 충남지역 팬들까지 경기장을 찾고 싶도록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했다.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구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김형준 기자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구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김형준 기자

언젠간 대전 연고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 인기를 넘어서는 꿈도 품는다. 허 이사장은 “축구와 야구는 서로 팬들을 뺏어가는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며 “한화 이글스와 경쟁한다기보단, 축구도 박진감과 몰입도가 상당한 매력 있는 종목인 만큼 황선홍 감독을 믿고 최상의 경기력을 갖춰 홈 팬들을 만족시키고 싶다”고 했다. “대전이 FC서울이나 전북 현대만큼의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 지난 4일 창단식을 치르고 뒤늦게 선수 영입시장에 뛰어들어 올해 목표했던 전력을 갖추긴 어려워졌다는 게 허 이사장 설명이다. 그럼에도 개막전을 찾은 팬들이 만족하고, 새로운 팬을 끌어올 수 있도록 빠른 준비를 계획 중이다. 그는 “현재 선수단 구성은 70%정도 마쳤다”며 “경기장 외관부터 팬들의 동선까지 손 봐야 할 부분들이 많아 분주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대전 구단의 역사와 스토리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은중 이관우 최은성은 물론 공오균(46) 김정수(46) 등을 언급한 그는 “나중엔 대전 출신 지도자들과 인연을 맺고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 무대로 진출한 국가대표 황인범(24)도 국내에 온다면 꼭 대전에서 뛰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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