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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대결에 질린 중도층… 조국 사태 후 무당층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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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대결에 질린 중도층… 조국 사태 후 무당층 늘었다

입력
2020.01.22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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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월여 만에 20%→31%… 총선 앞 이례적 

 개혁ㆍ공정이슈 선점ㆍ보수통합이 주요 변수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와 검찰개혁 등을 촉구하는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불집회가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와 검찰개혁 등을 촉구하는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불집회가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4ㆍ15 총선이 약 8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캐스팅보트로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도층은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라고 답하는 ‘중도층’ 사이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하는 ‘무당층’의 비율이 지난해 9월 이후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무당층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조국 사태’가 촉발한 진영 간 극심한 이념 대결이 정치 혐오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기성 정당 모두에게 ‘NO’를 선언하고 무당층으로 편입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로한 무당층의 표심을 움직일 정치ㆍ사회 개혁 이슈가 이번 총선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도층의 정당 지지도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도층의 정당 지지도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를 본보가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중도층 가운데 무당층을 자처한 비율은 지난해 9월 1주차 조사에선 20%였다가 이달 3주차 조사에선 31%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 1주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도덕성 의혹을 정면 반박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여는 등 조국 사태에 불이 붙기 시작한 시기다. 중도층 내 무당층 비율이 30%로 뛰어오른 것은 조국 사태가 정점에 이른 지난해 9월 4주차 조사 때였다. 선거제ㆍ검찰개혁 입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한 지난 연말 이후 중도층 내 무당층은 5~10%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4월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4월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국갤럽 조사의 정당 지지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율은 9월 1주차에 40%, 이달 3주차에 39%였고, 한국당은 9월 1주차에 22%, 이달 3주차에 23%였다. 무당층은 같은 기간 23%에서 27% 오름세를 보였다. 거대 양당이 무당층을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중도 유권자들은 대개 정책을 보고 지지 정당을 선택하는데, 최근 정치권의 격렬한 이념 대결로 중도층이 어떤 정당도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정치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여당도, 야당도 싫은 사람들의 규모가 늘고 있다”고 했다.

조국 이슈가 한국당의 호재로 작용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중도층 내 한국당 지지율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지난해 10월 3주차(25%)에 꼭지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논란(10월 5주차)과 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11월 3주차) 땐 각각 14%, 12%로 떨어졌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17%(12월 3주차)까지 올랐지만, 연초부터 다시 떨어지더니 1월 3주차에는 12%까지 내려갔다. 공정의 가치를 배반한 민주당을 떠난 표심이 국회 장외 폭력 사태 등을 일으킨 한국당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배 소장은 “정당 호감도 조사에서 한국당의 비호감도는 압도적으로 높다”며 “중도층 내 ‘샤이 보수’(보수 정치세력에 실망해 스스로를 보수라고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가 비호감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월 총선에선 공정 이슈를 선점하고 정당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정치권의 과제로 떠올랐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이슈를 다시 꺼낸 데 이어 검찰 인사 등 검찰개혁 후폭풍으로 공정 이슈가 다시 부상했다”며 “‘누가 덜 기득권 정당인지’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통합이 중도ㆍ무당층 표심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김형준 교수는 "무당층의 문 대통령 지지도는 30%를 밑돈다”며 "이들이 지지할 수 있는 호감 있는 중도보수정당이 나온다면 총선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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