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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에서, 도서관에서…“내년 설엔 고향 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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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에서, 도서관에서…“내년 설엔 고향 갈 수 있겠죠”

입력
2020.01.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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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7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 씨가 전화 통화를 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름 2m남짓한 공간에서 200여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7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 씨가 전화 통화를 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름 2m남짓한 공간에서 200여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이라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하는 이들도 많다. 취업 준비 때문에 설 연휴가 더 바쁜 청춘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복직’을 기대하며 설에도 농성장을 지켜야 하는 해고노동자들이 그렇다. 비록 가족과 차례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꽃을 나눌 순 없어도 이들에게도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 설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올해 더 나아질 거란 기대를 품고 다시 신발끈을 바짝 조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칼바람 부는 철탑 위에서 설 맞는 해고노동자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씨는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에 있는 높이 25m짜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 위에서 231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철탑에 오를 때만 해도 이렇게 장기전이 될 줄은 몰랐다. 김씨는 지난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칼바람 부는 철탑 위에서 명절을 맞게 됐다.

김씨는 1982년 말 삼성항공에 기술직으로 입사해 1990년부터 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1995년 해고됐다. 그 후로 10여년 동안 삼성그룹에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 기간 임금 산정 등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지난해엔 드디어 결실을 볼 거란 기대감이 컸다. 사측의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와해 사건으로 전ㆍ현직 임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삼성이 이에 대해 사과문까지 내놓으면서 해고노동자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뒤따를 걸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철탑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 김씨가 다니던 회사가 이미 다른 회사로 매각돼 삼성이 복직할 의무가 없다고 하면서다. 김씨의 설 소원은 삼성의 사과와 명예 복직이다. 김씨는 “이번 설에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 게 안타까웠는지 아내가 떡국을 끓여 오기로 했다”며 “하루빨리 사과도 받고 명예 복직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쟁을 돕느라 설 연휴에도 편히 쉬지 못하는 동료들과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 설이 더 바쁜 청춘들

서울 관악구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문모(29)씨는 올해 설에도 부모님을 뵙지 못 한다. 의지를 다잡으려고 지난 6일엔 아예 월 35만원짜리 ‘관리형 독서실’을 끊었다. 평소처럼 ‘의무 출석’은 아니지만 문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휴대폰까지 제출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문씨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라며 “오는 6월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설에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취업준비생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아 블라인드 공개모의면접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취업준비생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아 블라인드 공개모의면접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문씨처럼 청춘들은 설이 더 바쁘다. 각종 시험 준비 등으로 취업준비생 2명 중 1명은 올 설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서울에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5)씨는 “하루라도 집에 내려갈까 고민을 했지만 시험이 바로 코앞이라 올해는 건너뛰기로 했다”며 “올해는 반드시 합격해서 추석 땐 당당하게 고향집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5년째 회계사 시험을 공부하는 오모(29)씨는 “시험이 한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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