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친환경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다. 현대차 제공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차량은 하이브리드차다. 새 모델이 대거 쏟아진데다, 연료 효율성도 내연기관차보다 좋아 소비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가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로 밀려난 내연기관차의 자리를 꿰찬다고 보지 않은 모양새다. 하이브리드차 개발보다는 너도나도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미래차로 대체하기 전 과도기적 모델이었던 하이브리드차가 임무를 여기에서 마칠 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는 전년대비 13.5% 성장한 14만311대가 판매됐다. 역대 최고 판매 수치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차(HEV)가 11% 증가한 9만8,810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순수전기차(BEVㆍ8.2%) 3만2032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ㆍ23.8%) 5,255대 각각 판매됐다. 수소차(FCEV)는 전년 대비 6배 가량 늘어난 4,194대 팔렸다.

하이브리드차는 모델별로 보면 현대차 그랜저HEV가 전년보다 20.9% 증가한 2만9,708대 판매되며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는 기아차 니로HEV(PHEV포함ㆍ2만247대), K7(HEVㆍ9,307대), 렉서스 ES300h(7,293대) 순이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지난해 국고보조금 지원이 폐지되면서 수요 감소가 예상됐지만 그랜저 쏘나타 코나 등 신형모델이 집중 출시되면서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올해도 하이브리드차 신형 출시가 이어져 판매 호조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인기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도 하이브리드차가 출시돼 지난해보다 한층 주력차로 떠올 수도 있다.

실제 다음달 기아차 SUV 대표주자인 쏘렌토가 완전변경을 거쳐 출시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현대차 투싼도 하반기에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하이브리드를 내연기관차와 함께 출시한다. 이르면 올해 말 선보일 기아차 스포티지도 투싼과 같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모델로 나온다.

하이브리드차는 출발ㆍ저속구간에서 주로 전기모터를 이용해 그만큼 배출가스가 적고, 질소산화물 배출도 디젤차에 비해 적다는 이점이 있다. 연비도 ℓ당 20㎞에 이르러 디젤차를 능가하는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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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에선 하이브리드차가 지금처럼 순항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개척한 도요타가 순수 전기차 시장에 최근 뛰어든 것만 봐도 그렇다.

도요타는 자체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소형SUV 전기차 UX 300e를 올해부터 출시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10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2025년 연간 전기차 판매 목표를 50만대로 확정했다.

전기차 없이 하이브리드차에서 바로 수소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전 세계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으면 규제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2021년까지 전체 신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95g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고, 2030년까지 이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도록 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100g/km에 이르러 배출량이 없는 전기차에 비해 불리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전기차 없이는 내연기관차도 제대로 팔 수 없는 구조여서, 도요타마저 뜻을 굽힌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그간 3세대 모델로 진화하며 단점도 보완한 상태다. 3년전 출시 모델부터 1회 충전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400㎞에 이르더니, 올해 등장할 3세대 모델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인 500㎞를 넘어설 예정이다. 또 10분내 80%가량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내연기관차에 버금가는 편리성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정보기술(IT) 업체들까지 개발에 나선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신호로 모터를 제어하는 전기차와 조합이 잘 된다는 이점도 갖고 있다. 기술 개발이 이뤄질수록 하이브리드차 보다 전기차에 유리한 판이 깔리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에 개발해놓은 하이브리드차를 다양한 모델로 쏟아낸 후, 점차 시장에서 줄이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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