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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시 우한 “사이렌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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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시 우한 “사이렌 소리만…”

입력
2020.01.28 23:00
수정
2020.01.29 01: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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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고립’ 계속, 자가용 운행도 금지… 우회 탈출 불법택시 호황

27일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방역복을 입은 한 의료진이 차량통행이 끊긴 시내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우한= AP 연합뉴스
27일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방역복을 입은 한 의료진이 차량통행이 끊긴 시내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우한= AP 연합뉴스

“고요한 도시 전체에 구급차 사이렌 소리만 가득하다.”

인구 1,100만명의 대도시에서 자동차 엔진소리도 오토바이 경적소리도 들을 수 없다.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던 상점가에도 바람소리뿐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이 발병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어느 시골마을보다 더 적막해졌다. 지난 23일 도시 봉쇄 이후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자가용 운행까지 금지된 후 도로는 텅 비었다.

우한 화중사범대학 소속 인도네시아 유학생인 에바 타이베는 28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도시 전체가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감염 공포로 기숙사에 갇혀 지내다시피 하고 있다는 타이베는 “택시만 가끔씩 보이는 시내도로에선 구급차 소리만 들린다”고 했다.

우한시내는 몰려드는 환자로 포화 상태에 이른 병원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28일 자 3면 참조). 이동 수단이 없는 탓도 있지만 감염 공포에 누구도 집을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기자 크리스 버클리는 “봉쇄령이 내려진 후 사람들이 식료품을 사러 가끔 외출하는 때 말고는 가능한 한 집에 있으려 한다”고 썼다.

인터넷에는 ‘유령 도시’로 변한 우한의 상황을 담은 영상이 연일 올라온다. 영어강사 벤 카브너가 올린 유튜브 영상에는 5성급 호텔과 고급 상점이 즐비한 최고 번화가 샹강루에 자동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모습이 담겨 있다. 대형마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는데 유일하게 간판에 불이 들어온 곳인 약국에는 문 밖 도로까지 마스크 등 의약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다행히 식료품 공급까지 막힌 상황은 아닌 듯하다. 봉쇄령 직후 사재기로 텅 빈 진열대 사진과 식료품 값 폭등 소식이 전해졌지만, 최근 올라온 영상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대형마트의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브너도 여행용 캐리어를 가득 채울 만큼의 시리얼과 인스턴트 식품을 문제 없이 구매했다. 버클리는 “육류를 제외하고 당근ㆍ오이ㆍ사과 등은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다만 이동 수단이 없어 노약자들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갇힌 자들의 공포는 고립된 환경을 언제까지 버텨내야 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의 단속을 피해 우한을 빠져나가는 행렬이 계속되는 이유다. 비포장도로 등으로 우회해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겨냥한 불법택시 헤이처(黑車)가 호황일 정도다. 버클리는 “시민들이 가능한 한 집 안에서 지내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기본적인 수칙은 지키고 있지만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의료진이 턱없이 모자랐던 우한에 이날 추가로 의료진 1,800명을 파견했다. 국무원은 후베이성 방제보조금으로 10억위안(약 1,700억원), 응급병원 건설 특별자금으로 3억위안(약 5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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