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해소 명분 무색, 생존권 위협에 개인정보 보호 논란도
지난해 2월 16일 열리는 대선을 앞두고 14일 카노의 선관위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ID 카드 및 생체인식기 상자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카노=AP 연합뉴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운 생체인식 프로젝트가 도리어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체인식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생체를 스캔해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기술이 케냐의 소수자 수백만명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냐 정부가 2016년 6월부터 6살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ㆍ얼굴을 스캔해 주민등록ID를 제공하는 국가통합신분관리시스템을 추진하면서 누비아인이나 소말리아인 등 소수민족에겐 특정 시점에만 지원토록 하는 등 접근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체인식 프로젝트는 공공 신분증명이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따라서 해당 ID는 투표권 행사나 운전면허 취득, 은행계좌 개설 등은 물론 식량 배급에도 활용된다. 이미 지난해 4~5월 4,000만명이 자신의 얼굴과 지문을 스캔해 국가에 제공했다. 하지만 케냐 전체 인구(5,250만명)를 감안하면 사실상 소수민족들은 배제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샤피 알리 누비아권익포럼 회장은 “정부가 차별을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9년부터 추진된 인도의 생체정보 활용 신분증 ‘아드하르’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식량 배급 등을 받으려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데 인터넷 접근이 안돼 확인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주소와 출생신고서가 없는 인도 노숙자 마니샤 캠블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국제 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기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얼굴인식 스캔도 결국 개인정보의 수집이라 이용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관련 절차를 생략한 채 생체정보 시스템 등록을 의무화했다. 지난해 1월 인도 매체 뉴델리트리뷴은 10억명의 아드하르 등록 정보가 해킹돼 1인당 7달러 미만으로 팔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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