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촌 인정ㆍ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로
팔레스타인에는 500억달러 투자 ‘당근’ 제시
팔레스타인 강력 반발… “흥정 대상 아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발표한 중동평화안에 따라 백악관이 공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미래 영토 지도. 팔레스타인 영토가 이스라엘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정하는 내용의 중동평화안을 내놓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서 중립을 추구하던 이전 정부와 달리 노골적으로 ‘친(親)이스라엘’을 표방한 구상이다. 양측 간 분쟁의 불씨를 더 키우는 것은 물론 불안한 중동 정세를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방미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중동평화안을 발표하면서 “양쪽에 윈윈(Win-Win)의 기회를 주는 현실적인 2국가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음모적 거래”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평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측의 즉각적인 반발을 부른 이번 평화안의 핵심은 우선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권을 확인한 대목이다. 평화안은 요르단강 서안의 30%는 이스라엘, 나머지 70%는 팔레스타인 영토로 배분하면서 협상이 진행되는 향후 4년간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동결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영토보다 두 배 더 늘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요르단강 서안을 독립국가의 근거지로 삼으려는 팔레스타인의 기대와 배치된다. 트럼프 정부로선 1967년 3차 중동전쟁 후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하고 있는 현 실태를 반영한 것이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유엔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측이 1967년 이전 경계선에 기초해 인정된 국경선 내에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사는 ‘2국가 비전’의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평화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요르단강 계곡을 영토로 병합하는 안건을 이번 주말 내각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혀 평화안이 오히려 중동 분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논란은 평화안이 사실상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대목이다. 유대교ㆍ기독교ㆍ이슬람교의 성지가 집결된 구시가지를 끼고 있는 동예루살렘을 미래 독립국가의 수도로 상정하는 팔레스타인에게는 일부 변두리 지역만 배분됐다. 동예루살렘도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을 통해 점령한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2017년 예루살렘으로 미국대사관을 이전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완전한, 매우 중요한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평화안은 또 이스라엘 감독하에 하마스 같은 무장단체 해체 등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팔레스타인이 군대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평화안이 팔레스타인에게 제공한 당근은 향후 10년간 5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투자 약속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팔레스타인의 국내총생산량(GDP)을 두 배로 높이고 일자리를 100만개 늘리며 실업율을 10%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바스 수반은 “예루살렘과 우리의 권리는 흥정 대상이 아니다”며 미래 영토와 수도를 경제적 지원과 맞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3년간 만들고 감독했으나 팔레스타인 측과는 2017년 이후부터 대화를 갖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평화안에 대해 “평화를 위한 진지한 청사진이라기보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리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 간 정치적 문건”이라고 혹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뿌리 깊은 갈등을 좁히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국내 정치용 술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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