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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칼럼] 국민 우롱 ‘거짓과 교언’ 오래 못 간다

입력
2020.02.10 18:00
수정
2020.02.11 18: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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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궤변들, 정권 민낯 드러내

청와대 수사방해로 ‘검찰개혁’도 흔들

국기(國紀) 훼손 ‘거짓정치’ 피해 막중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9월 28일 경남도교통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언론의 역할’ 강연에서 검찰의 조국 수사를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9월 28일 경남도교통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언론의 역할’ 강연에서 검찰의 조국 수사를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나중에 누군가는 2019년 불거진 ‘조국 사태’로 어쨌든 검찰 개혁이 촉진됐다는 긍정적 측면을 얘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각은 견강부회(牽强附會)에 가깝다. 설사 조국 사태가 검찰 개혁에 긍정적 기능을 했다 해도, 그 과정에서 나온 정권의 끝없는 거짓과 교언(巧言)이 국민에게 안긴 모멸감과 국가 기강 훼손에 따른 해악은 개혁 진전의 편익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 막중하다.

모멸이라는 단어의 뜻은 ‘업신여기고 얕잡아 봄’이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한 조국 사태부터 최근 검찰 인사에 이르는 정권과 검찰 간 ‘검ㆍ정 대립’ 국면에서 난무한 정권 주변의 거짓과 교언들은 국민에게 ‘개, 돼지 같은 대중’ 취급을 받은 듯한 모멸감을 안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지만,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참담한 거짓과 교언을 직시하기 위해서라도 고통스러운 되새김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국 사태에서 비롯된 거짓과 교언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잘못 꿴 첫 단추를 놔둔 채 어물쩍 옷매무새를 수습하려니 모양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윤석열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검찰 수사라인과 조직을 의도적으로 흔드는 인사를 통해 현안 수사를 방해했다는 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다. 그런 추 장관이 지난 6일 대검찰청으로 윤 총장을 찾아 ‘소통하자’며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인사 전횡에 이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비공개로 다시 한번 검찰의 뺨을 때려 놓고 깜찍하게 웃으며 ‘소통’을 얘기하니, 바로 그런 게 가증스러운 거짓이고 교언이라는 거다.

조국 사태 초기만 해도 조씨의 개인적 위선이 진보 진영 전체의 정체성에 먹칠을 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 수사 배경이야 어쨌든, 조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진보 지식인으로서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가 정말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만한 비리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모아졌다. 하지만 개혁을 내세우고, 검찰의 음모를 거론하면 국민이 자신의 편이 될 것이라는 ‘근자감’ 때문인지, 조씨는 겸허한 반성보다 거짓과 교언으로 혐의만 피해 가려는 ‘법꾸라지’의 모습을 보여 국민적 분노를 자초했다.

금방 바닥이 드러날 그의 교언은 국민을 너무 얕봤다. 딸의 단국대 의학논문과 관련해 “고대 입학 전형에 문제가 된 단국대 의학 논문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라고 남 얘기하듯 했다가, 제출 자료목록에 논문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자, “논문 원문이 제출되지는 않았다”고 말을 꼬는 식이었다. 또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활동 의혹에 대해 “2주간 인턴을 했다”고 했다가 거짓이 드러나자, “제가 강제수사권도 없고 실제 내용을 어떻게 알겠나”하는 식으로 오히려 확인자를 몰상식으로 모는 적반하장 논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가관인 건 조씨 감싸기에 이내 정권 전체가 협잡 패거리처럼 나섰다는 것이다. 유시민씨가 “(정경심씨의) 컴퓨터 반출은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조작을 막기 위한 증거보존”이라거나 “(검찰 수사는) 총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며 나선 건 교언을 넘어 선동에 가까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조국 수사는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라고 비난했지만,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죄질이 좋지 않다”는 법원의 영장 심사 판단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제 조국 사태는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을 기소하면서 청와대를 정면 겨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추 장관은 애써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며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교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정권 때조차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얄팍한 거짓이 고 박종철 치사사건을 숨기지 못했듯, 국기를 문란케 하는 현 정권의 거짓과 교언 역시 결코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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