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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누구에게서? 29번 환자 감염원 ‘모래밭 바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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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누구에게서? 29번 환자 감염원 ‘모래밭 바늘찾기’

입력
2020.02.17 0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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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28명과 다른 29번 환자] 

 발병 전 행적ㆍ증상 코로나와 무관… 동네병원서도 심장질환만 의심 

 정확한 감염원 찾기 난항 예고… 연결고리 없는 환자 계속 늘 수도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이 16일 오후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이 16일 오후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의 정확한 감염 경로 조사는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 환자는 해외 감염원이나 국내 확진환자와의 연결고리가 앞선 28명의 확진환자와 달리 전혀 없어서다. 그야말로 방역당국 입장에선 모래사장에 떨어진 바늘 찾기의 심정으로 감염원 추적에 나섰다. 정확한 감염원을 이른 시간 안에 찾아내지 못한다면 29번 환자와 같은 ‘무연결 환자’의 출현이 계속될 수도 있다.

1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82세 한국인 남성인 29번 확진환자(서울 종로구 숭인동 거주)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고대안암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가슴통증을 느낀 그는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에 대한 응급진료를 받길 원했기 때문에 당연히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를 사전에 판별하는 선별진료소를 먼저 찾지 않았다. 이전에 두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동네 의원에서도 심장질환이 의심된다며 상급병원을 찾으라고만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29번 환자 스스로 신종 코로나 발병을 사전에 의심하기 어려웠던 만큼, 발병 전 행적이 신종 코로나와 밀접하지 않을 경우 감염원을 찾아내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전망이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가 폐쇄된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 16일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위해 폐쇄된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가 폐쇄된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 16일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위해 폐쇄된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당국 역학조사에서 29번 환자는 확진판정 일주일 전(2월 7~8일 추정)쯤부터 마른 기침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 무렵을 발병 시점으로 잡는다면 1월 말부터 2월 7일전에 만난 사람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환자는 평소 거주 지역의 노인회관을 이용해 다중이용시설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해당 노인회관은 환자와 관련 없는 이유로 약 보름 전 폐쇄된 상태다. 중대본은 “노인회관이 29번 환자와 상관 없이 이미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며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여러 사회복지시설이 폐쇄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29번 환자의 발병 날짜나 증상에 대해서는 환자에 대한 면담조사를 좀 더 정밀하게 해야 파악할 수 있다”라면서 “발병 날짜가 특정되면 발병 하루 전부터 접촉자 조사와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역학조사를 마치고도 29번 환자의 감염원을 특정할 수 없다면 방역체계의 초점을 감염자의 국내 유입 봉쇄 전략에서 사망자 발생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옮겨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감염원 파악 실패는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바이러스가 확산했다는 뜻이어서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 16일 오후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서 16일 오후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9번 환자는 방역체계 감시망 밖에서 나타난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28번 환자 가운데 현재 감염원이 파악되지 않은 환자는 18번과 28번뿐인데 함께 태국여행을 다녀온 모녀관계라서 지역사회 내부에서의 전파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딸이 태국에서 감염된 상태로 귀국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대본이 감염원 판단을 보류한 상태다. 나머지 26명은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자(16명)이거나 이들로부터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10명)였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지에서 이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서는 2차 감염 사례가 발생하다가 경증환자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사례까지 나타났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역학적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분류된 환자는 20명 수준이다. 정 본부장이 지난 12일 기자 설명회에서도 “현재까지 발생한 확진환자들은 정부 방역체계 안에서 관리가 되고 있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번 환자가 지역사회 감염인지 규명해야 하고, 이런 환자가 다수 발생하면 신종 코로나가 지역사회에 유행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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