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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에도 퇴직공제금 못 받는 이주건설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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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에도 퇴직공제금 못 받는 이주건설노동자

입력
2020.02.21 01: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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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해외 거주 가족에 안 주는 현행법은 위헌” 

베트남 국적의 A씨는 지난해 9월 지하 암반 굴착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돌을 운반하는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끔찍한 소식에 베트남에 거주하던 그의 아내가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한국에 왔다. 유가족은 회사에서 A씨 대상으로 일정 금액의 퇴직공제금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금 수령을 신청했다. 하지만 건설공제회에서는 A씨가 사망할 당시 가족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A씨처럼 사망사고를 당한 이주노동자 가족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제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최근 ‘건설노동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구제 방법을 강구하고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A씨의 경우 현행법에 따르면 공제금 혜택 대상이 아니지만, 개정법에 따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행 관련법은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로서 외국에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을 준용, 이주노동자의 유족에 대한 보상 자체를 막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개정절차를 거쳐 5월2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은 이 규정을 삭제, 외국에 거주하는 유족이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제는 A씨처럼 5월 법 시행 이전 사고를 당했다면 개정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이주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5만 1,365명에 이른다.

이에 공감은 현행법에 따라 공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A씨를 위해 위헌심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부분의 건설이주노동자가 본국에 가족을 두고 혼자 한국에 와서 일을 하는 대신 생활비를 송금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행법은 위헌이라는 게 공감 측의 주장이다. 더구나 E9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의 경우 가족을 데려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명백한 위헌이라는 것이다. 소송을 대리한 윤지영 공감 변호사는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퇴직공제금을 주지 않는 것은 유족의 재산권, 이주노동자 근로의 권리, 해당 가족의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현행 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아 개정되기 전 사고에 대해서도 보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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