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수도 테헤란 30석 전석 석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3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한 종교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총선에서 미국에 대해 강경 입장을 표방하는 보수파가 압승을 거뒀다.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와 이란 2인자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 이후 고조된 반미 노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이란 내무부가 발표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보수 성향 당선자는 전체 285석(5석은 소수종교 할당) 가운데 3분의2가 넘는 220명을 차지했다. 특히 이란 민심의 풍향계인 수도 테헤란 선거구에 배정된 30석을 보수파가 싹쓸이했다.

대선거구제를 채택한 이란 의회(마즐레스) 선거는 인구비례에 따라 주(州)별 선거구에 의석을 할당하고,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배당된 의석만큼 지지 후보 이름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당선자를 정한다. 정당제가 아닌 당선자 성향에 근거해 의회 이념지형의 우열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번 총선은 4년 전과 정반대로 중도ㆍ개혁에서 보수ㆍ강경 노선으로 의회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당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핵합의 타결을 동력 삼아 총선에서도 승리했다. 단적으로 2016년 선거에서는 중도ㆍ개혁파가 테헤란 선거구 전 의석을 독식했다.

그러나 강경파가 의회를 장악하면서 내년 5월 예정된 대선에서도 반미 노선을 견지한 보수 성향 후보의 득세가 예상된다. 로하니 대통령이 실각할 경우 실용과 협상을 내세운 이란의 온건주의 대외정책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이란 의회는 외교 문제에 제한적 권한만 갖고 있지만 핵합의 등 국가 중대 사안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며 “핵합의에 반대하는 당선자가 다수인 의회 구성으로 2021년은 로하니에게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낮은 참여로 투표 결과가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42.6%로 집계돼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가장 저조했다. 테헤란의 투표율은 단 25.0%에 그쳐 지난 총선(50.0%)의 절반에 불과했다. 강경 정책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핵합의 파기 이후 미국의 제재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을 현 정부가 극복하지 못하면서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했다는 뜻이다.

또 이날 기준 사망자가 8명, 확진 환자가 43명이나 나오는 등 급격히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란 테헤란대 조흐레 카라즈미 미국연구소 교수는 “많은 유권자가 국내 경제보다 핵합의 투자에 열중한 로하니 정부의 개혁 정책에 만족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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